뜨거웠던 가을…다시 봄을 기다리며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⑮ 야구가 끝나는 날

[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뜨거웠던 가을…다시 봄을 기다리며

가을이 유난히 뜨거웠다. 날은 제법 쌀쌀했지만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야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키움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는 놀라웠다. 강한 상대를 이기고, 예상을 깨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들은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매 경기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치고 다쳐도 결코 물러나지 않았던 그들을 보며 내 마음도 뜨거워졌다.

한국시리즈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한 SSG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시리즈 5차전에서 나온 김강민의 끝내기 홈런을 보고 나 역시 전율을 느꼈다. 명승부를 만들어준 두 팀 선수들과 김원형 SSG 감독, 홍원기 키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는 조금 힘이 빠져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중석을 비운 채 2년을 보낸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져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컸다. 야구장 밖에서는 여러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야구 팬으로서 나도 걱정이 많았다.

2022 한국시리즈는 그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었다. 양 팀 벤치의 치열한 수 싸움이 재미있었고, 선수들의 간절한 플레이를 보며 KBO리그의 역동성을 느꼈다. 그야말로 최고의 팬서비스였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니 지난해 작고한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 남긴 말이 떠오른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The saddest day of the year is the day baseball season ends). 야구가 끝나니 묘한 공허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끝났어도 끝난 것이 아니다. <근사록>에 나온 말처럼 ‘천하의 이치는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된다. 항상 있는 것이며 끝이 없다(天下之理 終而復始 所以恒而不窮).’ 야구도 끝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한다. 그래서 잘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잘 시작할 수 있다.

2022년 챔피언은 SSG 랜더스다. 우승 팀임에도 만족하지 못한 선수는 있을 것이다. 한바탕 샴페인을 터뜨렸으니 다시 팬들을 위해 뛰면 좋겠다. 최선을 다할 때, 승리했을 때 팬들이 보낸 환호를 잊지 않길 바란다. 나머지 9개 팀들은 더 절치부심할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경쟁하고,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미 각 팀들이 뛰기 시작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을 영입해 새로 출발한다. 삼성은 박진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새로운 LG는 염경엽 감독이 이끈다. 그들이 선수일 때부터 지켜본 나로서는 감회가 새롭다. 대결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태어날지 벌써 기대된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이 칼럼을 시작하면서 ‘나의 달력은 태양력이 아니다. 음력도 아니다. 야구력이다’라고 썼다. 시즌이 끝났으니 내 달력이 다 넘어간 것 같지만, 동시에 새 달력이 시작됐다. 야구 시즌이 끝나도 야구는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의 새 야구가 기대된다.

한 시즌 동안 멋진 야구를 보여준 KBO리그 구성원 모두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아울러 한 시즌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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