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가장 쓸쓸한 개회식…‘스포츠의 힘’을 믿을 뿐

도쿄 | 윤은용 기자
고요한 축포 23일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에 후지산을 본뜬 성화대가 놓인 가운데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의 개막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고요한 축포 23일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에 후지산을 본뜬 성화대가 놓인 가운데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의 개막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에 무관중 진행됐지만
개회식장 주변에는 사람들 운집

‘감동으로 하나 되다’ 주제 행사
존 레넌의 명곡 ‘이매진’ 울려퍼져

후지산 위의 태양 본뜬 성화대에
전 세계 근심·기대 담긴 성화 안착

스타디움 안의 풍경과 소리만으로는 마치 개회식 예행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23일 일본 도쿄의 신국립경기장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역사에 없던 올림픽의 시작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여전한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10년이 지났음에도 끊이지 않는 방사능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하는 대회다.

코로나19로 도쿄도 전역에 긴급 사태가 발효되며 실질적인 무관중으로 진행돼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조용하고 쓸쓸한 개회식이 됐다. 대신 스타디움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중계로 개회식을 지켜봤다. 안보다 밖이 더 시끄러웠다. 경기장 밖의 거리 두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수칙만 엄격하고 통제는 이뤄지지 않는 현 일본의 방역 현실이 담긴 모습으로도 보였다.

귀빈석에는 나루히토 일왕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속에서 올림픽 기간 일본 TV에 올림픽 광고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일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예고했던 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후 8시 시작된 개회식은 도쿄 올림픽 유치와 준비 과정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담은 카운트다운 영상으로 시작됐다. 숫자가 ‘0’이 되면서 스타디움 하늘 위에 화려한 불꽃이 약 20초간 피어올랐다.

개회식은 ‘감동으로 하나 되다’라는 큰 주제 아래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진’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 등 연대 의식과 인류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이어 일본의 유명 비디오게임 배경음악(BGM)을 오케스트라 메들리로 엮은 음악에 맞춰 선수단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는 총 206개국이 참가했고, 한국 선수단은 이 중 103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감염 예방을 위해 경기 임원 6명과 선수 24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을 최소화한 한국 선수단은 여자배구의 김연경과 남자수영의 황선우가 기수로 대형 태극기를 들었다. IOC 윤리위원에 재선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관중석에서 손을 흔들며 선수들을 반겼다. 일본 대표팀은 마지막 206번째로 입장했다. 일본인 오노 요코와 결혼했던 비틀스 출신의 존 레넌이 국경이나 종교, 국적의 장벽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작사·작곡한 명곡 ‘이매진(Imagine)’이 울려 퍼졌다.

대회 선서와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성화가 들어왔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쿠시마현에서 출발해 약 1만명이 121일에 걸쳐 2000㎞를 달려 봉송한 올림픽 성화가 도착했고, 후지산 위에 뜬 태양을 본뜬 성화대에 안착하면서 개회식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스포츠가 가진 감동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평화의 불꽃에는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이 담겨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