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9단, 한국 여자기사 최초 세계 메이저대회 4강 진출 ‘쾌거’

윤은용 기자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국 양딩신과 4시간59분 혈투

201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이겨

국내 여자 바둑기사 중 최연소, 최단기간 9단에 오른 신기록 보유자 최정 9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내 여자 바둑기사 중 최연소, 최단기간 9단에 오른 신기록 보유자 최정 9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국 여자바둑의 자존심 최정 9단(26)이 한국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세계 메이저대회 4강 신화를 썼다.

최정은 3일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중국 랭킹 5위 양딩신 9단을 맞아 20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총 4시간59분이 걸린 대접전 끝에 거둔 짜릿한 승리였다.

한국 여자기사가 세계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은 최정이 최초이며, 한·중·일 전체로는 1992년 응씨배에서 4강에 올랐던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 이후 30년 만이다.

한국 바둑의 최강자 신진서 9단조차 까다로운 상대로 인정하는 양딩신을 맞아 최정은 조금 불리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70수를 넘어서면서부터 좌중앙에서 열린 치열한 패싸움을 통해 형국을 순식간에 바꿔놨다. 50분이 채 안 돼 먼저 초읽기에 들어가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이를 노린 양딩신의 강수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면서 끝내 승리를 따냈다.

여자부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오른 최정은 32강에서 일본의 사다 아쓰시 9단을 제압한 뒤 16강에서 일본의 최강자 이치리키 료 9단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고, 8강에서는 만만치 않은 양딩신마저 물리치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최정은 대국이 끝난 뒤 감격해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정은 평소에도 프로기사로서 삼성화재배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왔다.

최정은 대국 후 “4강 진출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여기까지 온 이상 결승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8강에 오른 기사들 중 유일한 비한국 기사였던 양딩신이 탈락하면서 한국은 삼성화재배 통산 14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같은 시간 열린 변상일 9단과 이형진 6단의 대결에서는 변상일이 16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대국 종료 후 진행된 4강 대진 추첨에서 최정-변상일(4일), 신진서-김명훈 9단(5일)의 대결이 성사됐다.

최정은 “오늘 대국은 모르는 형국이 나와 초반에 시간을 많이 썼다. 4강에서는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변상일에게는 이겨본 기억이 없다. 나보다 변상일의 부담이 더 클 것이다. 오늘처럼 죽어라 들이받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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