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되찾은 박주영 “골로 보여줄 것”

루스텐버그 | 조미덥 기자

자책골 충격 털고 5년 전 나이지리아전 승리 되새겨

어쩔 수 없는 자책골에 고개를 숙였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 괴로워했다. 그런 그가 다시 웃음을 찾았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이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속죄와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19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에서 열린 훈련.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전술훈련 없이 족구게임을 하라고 했다. 서로 팀을 나눠 즐겁게 게임을 하면서 아르헨티나전 완패로 인한 스트레스를 털어내라는 뜻이었다.

<b>족구로 분위기 살리고~</b> 박지성, 박주영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 경기장에서 족구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루스텐버그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족구로 분위기 살리고~ 박지성, 박주영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 경기장에서 족구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루스텐버그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박주영은 염기훈(수원), 조용형(제주), 이승렬(서울), 기성용(셀틱) 등과 같은 편이 됐다. 박주영은 활기찬 발놀림으로 4개팀 중 1위를 이끌었고 굳은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족구게임을 통해 가장 큰 효과를 본 선수는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뒤 충격에 빠져 있었다. 당시 박주영은 말을 걸으면 마치 폭발할 것 같은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바로 다음날 회복 훈련에서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저 “내 잘못이다. 내 실수 때문에 경기가 힘들어졌고 우리 팀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며 자책할 뿐이었다.

박주영의 홈페이지도 악성글로 도배됐다. “불운한 골이었을 뿐”이라며 격려하는 글보다는 인격까지 모독하는 글이 더 많았다. “자책골을 넣었으니 자살하라”는 악플까지 있었다. 허 감독도 “본인이 더 괴로워하고 있다. 내가 지적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무관심과 시간이 약이 된 느낌이다. 박주영은 과거 나이지리아와 싸운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오는 23일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스렸다. 박주영은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44분 오른발 프리킥골을 터뜨린 뒤 추가시간에 백지훈의 역전 결승골을 도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비난이 쇄도하던 박주영 홈페이지에도 용기를 주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박주영은 “자책골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덜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나이지리아전 골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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