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흑인 출신으로 변호사 활동, 또 하나의 ‘아메리칸 드림’ 실현

구정은기자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인물은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될 부인 미셸 로빈슨 오바마(44)다.

미셸은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인도네시아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등 이색적인 배경을 가진 남편과 달리 시카고의 노동자 거주지역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미국의 도시 흑인이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인 만큼, 남편 못지않은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미셸은 오바마와의 사이에 두 딸 말리아(10), 사샤(7)를 두고 있다. 평소 “엄마로서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왔지만 변호사로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백악관에서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셸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을 위해 애쓰고 싶다고 밝혀왔다.

그는 지난 2월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람몰이를 할 때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해 이른바 ‘애국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6월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보수언론으로부터 “불만에 찬 흑인 여성” “오바마의 고통스러운 반쪽”이라고 공격받는 등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

미셸은 그러나 이 경험을 거울 삼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의 전사자·부상자 가족들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8월말 전당대회에서는 뛰어난 화술과 세련된 매너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미셸은 대선 전에는 시카고대학병원 대외업무담당 부원장으로 일했다. 오바마는 “미셸이 남편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벌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예전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2권의 베스트셀러(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담대한 희망>)를 낸 내 인세수입이 더 많다”고 답한 적이 있다. 세련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그는 2006년 잡지 에센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여성’ 25인에 포함됐고, 이듬해에는 배니티 페어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 10인에 올랐다.

오바마의 참모들은 미셸이 백악관에 들어간 뒤 과거 힐러리 클린턴처럼 별도 사무실을 내거나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명석한 두뇌와 남편의 전폭적 신뢰를 겸비한 미셸이 전통적인 백악관 안주인의 위치에만 머무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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