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실정·금융위기·높은 투표율 ‘3大 공신’

도재기기자

뿌리깊은 인종장벽 극복…사상 첫 ‘풀뿌리 모금’ 전략도 주효

인종편견의 상징인 ‘브래들리 효과’도 미국인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막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변화’(change)와 ‘희망’(hope)을 내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5일 CNN 출구조사 분석에서 표심의 결정요인으로 ‘인종’을 꼽은 유권자는 ‘나이’를 꼽은 사람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나이를 중시한 유권자의 78%가 오바마를 찍었다.

물론 흑인들은 95%가 오바마를, 백인들은 55%가 매케인을 찍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인종별 투표성향의 차이는 적었다.

부시 실정·금융위기·높은 투표율 ‘3大 공신’

‘변화’와 ‘희망’을 선택한 선거 결과는 지난 8년간 조지 부시 정부의 실정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이 오롯이 반영된 결과이다. 오바마 승리의 1등 공신은 부시의 실정인 셈이다. 부시는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고, ‘테러와의 전쟁’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희생시켰지만 수렁에 빠진 상황이다. 전쟁은 미국의 국론 분열을 낳았고, ‘하드 파워’를 앞세운 일방적·패권적인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과 신뢰를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시켰다.

부시 정부 아래에서 ‘아메리칸 드림’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사회양극화 심화 등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탈규제·민영화·시장만능주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선봉이었던 미국은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을 낳았다.

부시의 실정은 공화당원·보수주의자이면서도 오바마 지지자인 ‘오바마칸’(오바마+리퍼블리칸), ‘오바마콘’(오바마+네오콘)의 급증이 잘 보여준다.

최근의 금융위기도 오바마 승리의 핵심 요인이다. 오바마는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승기를 잡았고, 경제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세론을 만들어냈다. AP통신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최대 이슈로 ‘경제’를 꼽았고, 그 유권자의 60%가 오바마를 찍었다.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높은 투표율도 승인의 하나다. “여러분 한명 한명이 마을을, 나라를, 세계를 바꾼다”는 오바마의 메시지는 그동안 투표율이 낮았던 젊은층, 흑인, 히스패닉 계층을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 모았다.

오바마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후 연설에서 “3~4시간씩 줄을 서 투표한 수많은 국민들이 미국의 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투표장에서 이들 소수인종, 젊은층은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선택했다.

오바마 진영의 선거전략도 주효했다.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인터넷을 통한 ‘풀뿌리 소액모금’운동, ‘사회연결망’(소셜네트워킹)을 활용한 적극적인 인터넷선거 유세는 지지자들의 결속과 지지층 확산이란 성과를 거뒀다. 유권자 신규등록 확대, 젊은층 투표 독려, 일관된 정책 대결 전략, ‘안정’을 강조한 조 바이든 부통령 지명 등도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오바마의 개인적 매력도 승리에 한몫했다. 흑백혼혈이라는 탄생 배경과 아이비리그 출신에 인권운동가 등의 활동 이력은 다인종·다문화 사회의 상징으로 오바마를 자리매김시켰다. 여기에 열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연설은 대중을 휘어잡았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