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어린이·청소년 백신 접종권 논의 불지핀 12세 소녀

이윤정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근거로 보건 차관에게 조목조목 따져

“내 입장이 되어봐.” 멕시코의 12세 소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 2분짜리 동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12살 멕시코 소녀 줄마 곤잘레스 가르시아(왼쪽)가 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을 통해 휴고 로페즈 가텔 보건 차관에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책 문제를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트위터·멕시코데일리뉴스

12살 멕시코 소녀 줄마 곤잘레스 가르시아(왼쪽)가 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을 통해 휴고 로페즈 가텔 보건 차관에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책 문제를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트위터·멕시코데일리뉴스

멕시코뉴스데일리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줄마 곤잘레스 가르시아가 지난 9월 트위터에 올린 영상이 멕시코 어린이·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권 논의를 촉발시켰다. 자신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제목처럼 영상은 어린이·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권을 외면하는 멕시코의 현실을 비판했다.

가르시아는 1형 당뇨를 앓고 있어 코로나19에 취약했지만, 멕시코 보건 당국은 미성년자에게는 백신 접종을 허가하지 않았다. 백신 부족과 안전성을 이유로 성인만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가르시아는 이에 변호사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백신 접종을 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르시아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 9월2일 가르시아는 자신이 살고 있는 베라크루즈주의 보건당국에 접종을 거부당했다. 연방정부의 지침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날밤 가르시아는 ‘내 입장이 되어봐’라는 제목의 영상을 SNS에 올렸다. 자신과 같은 19세 미만 미성년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는 영상이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취약한 12~15세 미성년에게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등 아메리카 대다수의 나라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르시아는 멕시코 코로나19 보건정책을 책임지는 휴고 로페즈 가텔 보건 차관에게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책에 관해 따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가텔 장관이 온라인으로 연 ‘청소년과의 대화’에 참여했던 점을 언급하며 당시 가텔 차관이 “당뇨병 등 질환을 앓고 있는 10대도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해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답한 영상까지 근거로 제시했다. 가르시아는 “왜 백신 정책에서는 나처럼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은 고려하지 않느냐”며 가텔 차관에 답변을 요구했다.

해당 영상은 또래 청소년과 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트위터에서는 ‘미성년자도 백신을 맞을 권리가 있다(#VaccinateKids)’는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파장이 커지자 가텔 차관은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만 키웠다. 가텔 차관이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은 더 큰 위험에 처한 성인을 위한 백신 1개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 부족으로 미성년자 백신 접종을 시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보건 당국은 가르시아가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암·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청소년 100만명에게 백신 접종을 허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저질환이 없는 12세 이상 미성년자 1200만명은 멕시코에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다. 1일(현지시간) 기준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자 28만명 중 19세 미만도 1100명이나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10대 수만명이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면서 가르시아 사례가 소개된 뒤 멕시코 전역에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보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3명의 10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드리아나 소피아 라이고사(45)도 “가르시아가 우리를 일깨웠다”며 변호사를 고용해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고 WSJ에 말했다.

최근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가르시아는 대면수업이 재개된 학교에 매일 갈 수 있게 됐다. 그는 “보건장관이 마음을 바꿔서 기쁘다”라면서 “이 일을 계기로 세상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백신 접종권을 위해 싸우는 청소년과 부모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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