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셰브론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승인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미 정유 회사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을 재개하도록 승인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행한 원유 수출 제재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 재무부는 이날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천연자원 채굴 사업 재개를 허가하는 일반 라이선스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와 합작투자 프로젝트를 실시해왔지만 2020년 미국의 제재 이후 현지 조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마두로 정권과 야권이 협상을 재개한 데 따른 것으로, 6개월 동안 유효한 한시적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두로 정권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셰브론에 대한 허가가 중단될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재무부는 특히 원유 생산에 따른 수익은 셰브론에 귀속되며, PdVSA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에너지 가격 안정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부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치”라며 “미국은 야권과 마두로 정권의 협상 재개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논의 등으로 에너지 가격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정권 등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독재자들에게 원유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70만배럴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국제 유가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셰브론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을 재개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인해 다른 정유사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베네수엘라 사업을 중단한 지 2년 만에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마두로 정권과 야권 측은 이날 1년여 만에 멕시코시티에서 협상을 재개하고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30억달러 규모의 유엔 인도 지원 기금 사용 방안에 합의했다. 양측은 또 2024년 대선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르기 위한 대화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18년 대선 이후 4년째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된 대선 결과를 둘러싼 부정 의혹이 제기됐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 취임을 선언했다. 미국과 서방 등 60여개국은 과이도 정부를 인정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협상을 위해 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야권 협상팀 리더 호르헤 로드리게즈(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협상을 위해 2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야권 협상팀 리더 호르헤 로드리게즈(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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