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인종 우대 정책 폐기, 과연 아시아계에 유리하기만 할까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대학들의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한인 등 아시아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아시아계는 이번 연방대법원의 심리 과정에서 줄곧 중심에 서 있었다.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이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내세운 주요 근거 중 하나도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었다. SFA는 성적 만으로는 아시아계 입학률이 40%가 넘어야 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에게 유리한 소수 인종 우대 정책 탓에 실제로는 10%대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의 지난해 인종별 평균 점수를 보면 아시아계 1229점으로 가장 높았고, 백인이 1098점으로 뒤를 이었다. 히스패닉은 964점, 아프리카계는 926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엘리트 대학의 학생 구성에 백인과 아시안이 더 많아지고 흑인과 라티노가 더 적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에서 1996년부터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금지된 이후 한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졌다.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학부 재학생 총 3만2423명 중 아시아계 학생이 29%(9489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백인 (26%·8321명), 히스패닉(22%·7185명)이 뒤를 이었고, 흑인은 3%(1075명)로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장은 아시아계가 입시에서 유리해질 수 있어도 결국 백인이 주된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아시아계 진학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면, 미국의 교육 정책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를 이끌어가는 주류가 백인이고 후원자들도 백인이기 때문이다.

소수 인종 정책 폐기에 따른 대학 내 다양성 약화가 미국 사회 전반의 다양성 약화로 이어져 결국엔 소수자인 아시아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소수 인종 간 갈등을 부추겨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 미씨유에스에이(MissyUSA)의 한 이용자는 “그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불리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백인들을 더 많이 뽑고 싶어 라티노, 흑인들의 자리를 뺏겠다는 것”이라며 “아시아계 학생들 성적이 워낙 높으니 지금 비율보다야 더 뽑힐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백인들 들러리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도 성명을 내고 “오늘 결정은 유색인종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제한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흑인, 라티노, 미국 원주민, 태평양계 출신 학생의 거의 절반이 줄어들겠지만, 그 대부분의 자리는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대입 소수 인종 우대 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직후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대입 소수 인종 우대 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직후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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