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코로나 확산세에 "불경 외며 내쫓아라!"

윤기은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얀마 시민들이 산소를 사기 위해 양곤의 한 산소 공장 앞에 줄을 서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얀마 시민들이 산소를 사기 위해 양곤의 한 산소 공장 앞에 줄을 서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시민들에게 불경을 외우며 바이러스를 내쫓으라고 지시했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21일(현지시간) 전날 군사정권이 운영하는 한 신문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종교문화부 명의의 공고문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종교문화부는 공고문에서 기근과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불경을 집에서 암송하라고 촉구했다. 종교문화부는 불교 단체에는 각 지역에서 시민들이 불경을 잘 욀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공고는 미얀마의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구국 법회를 열고 불경을 암송하던 승려들을 상대로 군인들이 욕을 하고 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지 약 한달 만에 나왔다. 이라와디는 이 공고문은 쿠데타를 비난한 승려들을 탄압하던 군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자 상황이 절박해진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 승려는 페이스북에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경이 아니라 산소”라며 비꼬기도 했다. 실제로 군부가 병원을 장악해 산소통과 병실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군부가 지난주부터 개인에게 산소를 팔지 말라는 지침도 내리면서 암시장에서는 산소 가격이 40ℓ에 35만짯(25만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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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코로나19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 전날 보건부는 신규확진자 및 사망자가 각각 5860명, 286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는 각각 24만570명과 5567명으로 늘었다.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 입원이 불가능해 집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조 웨 소 보건장관은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필요한 조치들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30만명 이상 또는 40만 명까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체 자료를 취합해보면 하루 약 2만명의 신규확진자와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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