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가뭄·식량위기·의료 붕괴…떨고 있는 아프간인

박하얀 기자

해외 원조 중단·백신 접종률 급감 “인구 절반이 지원 필요”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이들에게는 폭압정치에 대한 두려움만큼이나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하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4000만 아프간인들은 식량위기와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아프간인들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아프간 인구의 절반인 약 1800만명이 생존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지속된 분쟁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해외 원조가 차지하는데 탈레반 장악 이후 국제 원조도 줄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미국 은행에 있는 아프간 정부 자금 수십억달러를 동결했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아프간 지원을 끊었다. 아프간 화폐(아프가니)의 가치는 폭락했고 공무원 급여도 끊겼다. 카불 거주자인 젤가이는 “모든 것이 비싸고 가격은 매일 오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 그룹은 아프간의 실질 GDP가 올해 회계연도에는 9.7%, 내년엔 5.2% 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침체기를 벗어나려면 외국인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합법적 정부로 인정할지도 알 수 없다.

환경 재해까지 겹쳤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해 아프간인 약 700만명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된 가뭄은 식량 위기로 이어졌다. 식품 가격은 최근 약 50% 치솟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한 달 안에 인구의 약 35%인 1400만명 이상이 기아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으며, 영양 실조에 걸린 어린이 200만명이 긴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5세 미만 어린이의 절반 이상은 내년에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공중보건 의료 체계도 사실상 붕괴됐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아프간 병원에서 발전기와 구급차용 연료 등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통화가 바닥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내부 혼란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료용품 전달 등 구호 작업도 언제든 끊길 수 있다. 많은 의료진이 아프간을 떠나 의료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도 문제다. 아프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2%를 웃돌았으나, 탈레반이 점령한 지난달 15일 이후 며칠 만에 접종률이 이보다 80% 감소했다.

늘고 있는 국내 실향민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실향민은 무장 분쟁 등 폭력 사태나 자연재해를 피해 어쩔 수 없이 거주지를 떠났지만 국경을 넘지는 않은 이들을 말한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약 350만명의 국내 실향민이 존재한다. 올 들어 8월9일까지 분쟁으로 실향민은 57만482명으로 이 중 약 80%가 여성(20%)과 18세 미만(59%)이다. 유엔은 이들이 다른 주로 건너가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와 머물고 있으며, 일부는 야외 캠핑이나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호기관들이 실향민에게 식량 배급 등 구호 활동을 벌여왔지만 대부분의 단체가 미군 철군에 맞춰 아프간에서 빠져나왔다. 실향민은 탈레반 위협에 더해 가중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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