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불안을 틈타 ‘핵 야욕’

박은하 기자

‘아베파’ 우크라 언급하며

“만일에 대비 핵 논의해야”

기시다 총리는 비핵화 견지

야당·원폭 피해자들도 반발

아베는 불안을 틈타 ‘핵 야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본에서 ‘핵 공유’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비핵화 3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사진)와 자민당 의원들을 비롯해 일본유신회까지 가담해 핵 공유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6일 후지TV에 출연해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화 3원칙에 대해 당내에서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 영토 내 배치해 공동운영하여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아베 전 총리의 주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당 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위기를 이용해 핵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비핵 3원칙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 이즈미 대표는 “핵무기가 있으면 공격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며 “핵무기를 가졌다고 재래식 무기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3일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모임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의 침공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절차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핵 공유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비핵화 3원칙과 어긋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비핵 3원칙을 견지해야 하는 입장에서 생각할 때 (핵 공유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자민당 의원들은 핵 공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비핵 3원칙 가운데 하나인 ‘반입하지 않는다’는 유사시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제3당에 오른 우익 성향의 야당인 일본유신회도 핵 공유 정책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논쟁에 가세했다.

일본의 원폭 피해자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핵 공유 주장은 “우리가 ‘다시는 피폭자를 만들지 말라’는 사명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3원칙은 1971년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일본 정부가 50년여간 견지해 온 원칙이다.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는 이 공로로 197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사토 총리가 미국의 일본 영토 내 핵무기 반입에 협조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사토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자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형제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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