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흰 코끼리’로 정통성 세우기

김서영 기자

불교 국가서 상서로운 동물

역대 독재자들 정치적 이용

“없던 코끼리 갑자기 늘어나”

관영매체 보도에 냉소적 반응

미얀마 군부, ‘흰 코끼리’로 정통성 세우기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지 1년7개월이 된 미얀마 군부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흰 코끼리를 동원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언론들은 8일 미얀마 군부가 지난 3일 포획상태로 태어난 지 열흘 된 아기 흰 코끼리(사진)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관영 매체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이 코끼리가 진주 빛깔의 눈, 흰 털, 부드러운 적갈색 피부, 큰 귀 등 ‘흰 코끼리의 조건’ 8가지 중 7개를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기존에 발견된 흰 코끼리 9마리 중 오직 한 마리만이 7가지 조건에 해당하고 나머지 8마리는 6개밖에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이번 코끼리의 의의를 강조했다. 코끼리 사진은 이 신문 1면에 실렸으며, 국영TV 또한 이 코끼리가 어미를 따라다니고 밥을 먹는 모습 등을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가 이처럼 흰 코끼리를 내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불교 인구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흰 코끼리는 매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진다.

과거 군주들은 ‘흰 코끼리의 주인’이라는 칭호에 집착을 보였는데, 이는 그들이 소유한 흰 코끼리의 수가 훌륭한 통치자의 우월성이나 국가의 번영을 상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설명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과거 군부 독재자들은 정통성 확보를 위해 흰 코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흰 코끼리를 처음 정치적으로 이용한 인물인 딴쉐 장군이 “흰 코끼리는 왕과 정부가 나라를 잘 통치할 경우 나타나며 국가에 좋은 징조”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라와디는 “일설에는 딴쉐 장군이 군부 전용 비행기를 흰색으로 칠한 뒤 이름을 ‘흰 코끼리’로 지었다고도 한다”고 전했다. 킨늉 장군은 흰 코끼리에게 이름과 음식을 바치는 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관영매체는 흰 코끼리가 현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의 덕과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라와디는 “민주 정부 시기 발견·포획된 흰 코끼리는 한 마리도 없는 반면 군부 집권하에선 이번까지 총 10마리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얀마 국민에게 흰 코끼리는 단지 특이한 피부색을 가진 코끼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이 코끼리를 숭상하는 이들에게 지배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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