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에 야자수 잎으로 ‘HELP’…태평양 무인도 3명 기적 구조

보트 고장으로 미크로네시아 환초에 일주일 고립

실종 신고받고 구조 나선 미 해안경비대에 발견

미크로네시아 연방 피켈럿 환초에 고립된 선원 3명이 야자수 잎으로 만든 “도움”(HELP) 문구. 미 해안경비대 제공|AFP연합뉴스

타고 있던 배가 망가져 태평양 외딴 섬에 일주일 넘게 갇혀 있던 남성 3명이 야자수잎을 모아 모래사장에 ‘도와달라’(HELP)는 신호를 보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지난 9일 미크로네시아 연방 피켈럿 환초에서 40대 남성 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숙련된 항해사들로, 지난달 31일 이곳에서 115마일(약 185㎞) 떨어진 폴로와트 환초에서 6ｍ 길이의 소형 보트를 타고 출발했다.

지난 6일 “삼촌 세 명이 일주일 가까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비대는 미 해군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는 악천후 속에서 7만8000평방해리에 걸친 수색을 벌였다.

구조대는 수색 하루 만인 지난 7일 남성 3명을 발견했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미 해군 해상초계기P-8 포세이돈이 피켈렛 환초에서 이들을 찾아냈다. 구조대는 먼저 무전기를 섬으로 떨어뜨려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음식과 물을 제공했다. 보트는 완전히 망가져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들은 9일 공식 구조돼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지휘한 첼시 가르시아 중위는 “선원들이 야자수 잎을 이용해 해변에 ‘HELP’라고 적었다. 이것이 그들은 찾는 데 결정적인 요소였다”며 “이 기발한 행동이 구조대를 이들의 위치로 안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서태평양에 위치한 미크로네시아는 6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 피켈럿 환초는 야자수와 관목으로 뒤덮인 약 600ｍ 길이의 작은 무인도다. BBC는 사냥꾼이나 어부들이 일시적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섬에서 모래 위에 구조 요청 메시지를 남긴 덕에 구조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NYT에 따르면 2020년에도 남성 3명이 보트를 타고 섬에 도착했다가 연료가 떨어져 갇히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은 모래 위에 긴급구조 요청(‘SOS’)을 남겨 구조됐다.

2016년에도 배가 전복되면서 남성 3명이 약 3.2㎞를 헤엄쳐 미크로네시아의 한 섬에 도달했고, 모래에 ‘HELP’라고 적어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같은 해 미크로네시아 무인도 이스트 파유섬에서는 이곳에 갇혔던 50대 부부가 모래 위에 ‘SOS’를 쓴 덕분에 섬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