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중국 아이들… BBC “연간 2만여명 실종”

김세훈 기자

유괴·인신매매 근절 안돼

온라인 매매 제의도 증가

남아, 1800만원에 거래도

중국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에 사는 샤오차오화(39)는 7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다섯 살 아들이 과자를 사먹고 싶다고 하자 샤오차오화는 돈을 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들아. 이 돈 언제 갚을래?”

“아빠, 지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잖아요. 제가 크면 외제차를 사드릴게요.”

빙그레 웃으며 누나와 함께 뛰어나가는 아들. 그 아들을 보는 게 그때가 마지막이라는 걸 아빠는 상상조차 못했다. 얼마 후 누나만 얼굴이 상기된 채 돌아왔다. 뛰어들어온 딸은 “동생이 없어요”라며 펑펑 울었다. 아빠는 과자가게, 게임방 등 아들이 갈 만한 곳을 죄다 뒤졌다. 없는 살림에 5만위안(약 900만원)을 들여 TV 광고도 냈다. 그러나 아들은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BBC는 최근 이 같은 사연과 함께 중국에서 사라지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BBC는 “중국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들은 일주일에 400명꼴, 즉 연간 2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BBC는 “그러나 중국 언론은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물론 중국 경찰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만 할 뿐 정확한 수치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영·유아 유괴 사건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2003년 광시(廣西)성에서 유아 28명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가방에 넣어 차량으로 옮긴 인신매매 일당이 적발됐다. 당시 유아 1명은 질식사했고 주범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때부터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어린이 인신매매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라지거나 거래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국내외로 입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는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 내 불임부부는 남아를 선호한다. BBC는 “남아 거래 가격이 여아의 두 배인 10만위안(약 1800만원)”이라고 전했다. 2014년 미 국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9~2011년 해외로 입양된 중국 어린이는 6만6630명이며 그중 6만431명이 여아다. 어린이 ‘매매’는 부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어린이 인신매매와의 전쟁을 벌였다. 자식과 부모의 재회를 돕겠다는 취지로 DNA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또 인신매매범에게 내리는 처벌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처벌 수위가 높아지자 인신매매범들은 온라인에 숨어 은밀한 거래만 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해 유아 매매를 제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 유괴 및 매매는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CNN 등 해외 언론들은 “유아 매매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국제적으로 꼭 막아야 할 주요 범죄가 됐다”고 전하고 있다. 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베네수엘라, 멕시코, 콜롬비아, 필리핀 등이 주요 범죄국이다. 미국에서도 연간 청소년(18세 이하) 80만명이 유괴되거나 사라지며 그중 82%가 부모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제사회는 어린이 인신매매를 최소화하고 유괴된 아이를 모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힘을 합하고 있다. 1980년 어린이 유괴 방지 등과 관련해 맺은 ‘헤이그협약’이 계기가 됐다. 90여개 회원국은 유괴된 어린이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데 상호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3월 가입한 반면 중국은 미가입 상태다.

유괴 어린이 구조단체인 ‘차일드레스큐네트워크’는 “버려지거나 유괴된 아이들은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 적응도 더디다”며 “이런 아이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마음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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