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미국 세계관에 심각한 오류...중국 현대화, 세계에 위협 아냐”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남태평양 8개 도서 국가를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 일행이 지난 28일 사모아에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총리 등과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남태평양 8개 도서 국가를 순방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 일행이 지난 28일 사모아에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총리 등과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자국을 ‘국제질서의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 도전’이라고 규정한 미국의 대중 전략에 대해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남태평양 도서 국가 순방을 이어가면서 “미국이 세계관과 중국관, 중·미 관계관에서 심각한 오류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대중 견제 연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의 발전과 진흥에는 명확한 역사 논리와 강한 내생 동력이 있고, 14억이 함께 현대화를 향해 가는 것은 인류의 거대한 진보이지 세계에 대한 위협과 도전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이 세상은 미국이 묘사하는 세상이 아니며 중국은 미국의 억측 속에 있는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측에 알려줘야 한다”며 “우리는 공갈과 협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미 관계는 미국이 설계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측에 알려줘야 한다”며 “국가와 국가간에는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고, 중·미간에도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악성 경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에 맞서 지난 26일 남태평양 8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순방 기간 미국이 새로운 대중 전략을 공개하며 자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미국의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대중국 전략에 대해 연설하면서 중국을 “국제질서의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세계 질서의 가장 엄중한 장기적 도전이라는 말은 완전한 흑백전도”라면서 “허위 정보를 퍼뜨려 중국 위협을 과장하고 중국 발전을 억압해 미국의 패권을 수호하려는 목적”이라고 반발했었다. 또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연설이 “중국을 겨냥한 전면적인 전략경쟁이나 전쟁 선언처럼 들린다”면서 그의 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미·중 양국은 패권 경쟁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오른 남태평양에서 전략적인 경쟁과 외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왕 부장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사모아를 방문한 데 이어 28일 피지로 이동했다. 그는 오는 30일 피지에서 제2차 중국·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태평양 도서국들과 안보 협력 및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경제적 지원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를 겨냥한 듯 지난 27일 피지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사실을 알렸다. IPEF는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경제협력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피지가 14번째 국가이자 태평양 도서국으로서 처음 IPEF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태평양 도서국, 인도·태평양의 이익을 위해 파트너십을 심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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