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고 말할 용기가져야”…중국, 한국 ‘칩4’ 참여 견제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이른바 ‘칩4’로 불리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견제와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1일 공동 사설을 통해 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은 중국을 배척하는 ‘반도체장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미국이 사전 협상과 조율 없이 8월 말에 이른바 칩4 동맹 회의를 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한국을 더 큰 딜레마에 빠뜨렸고, 한국 대통령실은 참석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 매체는 사설에서 “대만 민진당 당국과 일본은 정치적 이유로 (칩4 동맹 참여에) 비교적 적극적이지만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은 동맹 참여가 중대한 이익 훼손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총액 1280억 달러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 대한 수출 비중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미국은 지금 한국에 칼을 건네며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은 ‘노’라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이는 한국의 현실적 이익의 문제이자 독립성과 자주성을 검증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이나 일본과 이해관계가 다른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며 노골적인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사설은 또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시장이자 전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한·미 기술동맹을 강화하겠느냐’가 아니라 ‘미국의 지정학적 광기를 위해 자기 희생을 원하느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산업 사슬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막겠다며 중국의 ‘공급 중단’위험을 반복적으로 선동하지만 지금 상황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야 말로 한국의 약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칩4 동맹 가입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한국이 추구해온 글로벌 허브 국가라는 전략적 목표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앞서 한국의 칩4 동맹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세계 경제가 깊이 융합된 상황에서 미국의 행태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면서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 이익과 공정한 시장 원칙에 근거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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