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신냉전 가속화…전랑외교 계속될 듯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시진핑 장기집권 시대, 과제와 전망] ③외교

미·중 패권 경쟁·신냉전 가속화…전랑외교 계속될 듯

“더 거칠어지고 강경해질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중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하고 내부적으로 더 절대적인 권력을 거머줬지만 대외적으로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미·중 갈등은 격화되고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운 서방의 결집과 대중 압박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맞서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앞세워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우군을 확보하면서 서방과의 본격적인 체제 경쟁에 돌입하고 강경한 외교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세질 서방 압력,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지난 23일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의 당 총서기직 3연임이 확정된 직후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낸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이어 베트남과 라오스,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등 서방 지도자들의 축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017년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재선출 됐을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곧바로 전화통화를 하며 축하 인사를 건넨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중국이 시 주석 장기집권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 동맹국과 북·중·러 삼각축을 중심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더욱 짙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내세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고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어 시 주석은 집권 3기 더욱 만만치 않은 대외 환경에서 국제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국가안보전략에 있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이자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고, 유럽연합(EU)은 ‘협력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라는 중국에 대한 규정을 ‘전면적 경쟁자’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체제 경쟁, 강경 외교노선 유지 예고

이런 상황에서 장기집권에 성공한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를 내세워 서방과의 본격적인 체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는 평화 발전의 길을 가는 현대화”라며 “우리는 전쟁과 식민지화, 약탈 등을 통해 현대화를 실현한 일부 국가의 낡은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구식 발전 경로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재확인인 동시에 중국식 현대화 모델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을 결집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맞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자국 주도 국제협력기구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사무에서 신흥시장국 및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당 대회 연설에서 시 주석이 여러 차례 ‘투쟁’을 강조한 점에 비춰보면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결기까지 읽힌다.

시 주석이 집권 3기 강경한 외교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외교라인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당 지도부 인선에서는 대미 강경 외교의 선봉에 섰던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앙정치국 위원에 선임돼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향후 중국 외교를 이끌게 될 전망이다. 왕 부장의 후임으로는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친강(秦剛) 주미대사가 유력하다. 앞서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당 대회 기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감하게 투쟁하고 투쟁을 잘하는 것이 중국 외교의 우수한 전통이자 선명한 특징”이라며 공격적인 전랑 외교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의 한 서방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이제 중국이 서방과 친해지려는 시도를 포기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들의 공격적인 접근법은 서방에서는 거슬리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있고 그들이 승리하는 공식을 발견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외교 전략을 택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상외교 재개, 바이든과 첫 대면에 쏠린 눈

향후 관심은 미·중 정상의 첫 대면 회담에 쏠린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면 정상 외교를 거의 중단하다시피한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짓고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시 주석의 초청으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방중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초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다. G7 정상이자 서방국가 정상으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는 인사다.

시 주석의 실질적인 국제무대 복귀전은 다음달 15일부터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잇따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 자리를 중국식 현대화와 개도국 협력 강화 필요성 등을 설파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다자회의들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첫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단절된 일부 대화 채널이 복구되는 등 양국 간 긴장 완화 움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두 정상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선다면 관계 회복의 길은 더 멀어질 수 있다. 장기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이 대미·대외 관계의 안정에 무게를 실을지 아니면 강경한 대외 노선을 표명하게 될지가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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