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 대만 차이잉원 정부, ‘방역 영웅’ 총리로 민심 회복 노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7일 총통부에서 천젠런 신임 행정원장(오른쪽) 지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한 뒤 쑤전창 현 행정원장과 함께 세 사람이 손을 모으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7일 총통부에서 천젠런 신임 행정원장(오른쪽) 지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한 뒤 쑤전창 현 행정원장과 함께 세 사람이 손을 모으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한데 따른 것으로 차이잉원 정부는 남은 기간 민생 문제에 집중하며 내년 총통 선거와 총선까지 민심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27일 총통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총리격)의 후임으로 천젠런(陳建仁) 전 부총통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천 신임 행정원장은 보건 전문가 출신으로 차이 총통 집권 1기에 부총통을 지냈다. 약 2년반 만에 차이잉원 정부에 복귀해 임기 말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공위생학 박사인 천 지명자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대만 위생서(위생복리부 전신) 서장으로서 ‘사스 퇴치 영웅’으로 불렸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활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이 총통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 신임 원장을 “전염병 이후 사회를 치유하고 민생을 돌보며 단결해 국가를 건설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정원장 후보였다”고 소개하며 새 내각이 민생 회복과 사회적 돌봄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검토, 국가 인프라 개선,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만의 핵심 위치 공고화 등 4대 과제를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신임 원장은 “차이 총통의 임기 마지막을 함께 책임져야 하는 시점에서 정의를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나아간다는 심정”이라며 “앞으로 1년여 동안 새 내각의 3대 목표는 대만의 경제·환경·사회 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정부의 이번 개각은 쑤 원장 등 기존 내각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참패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함에 따라 이뤄졌다.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21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13곳을 제1야당인 국민당에 내주고 5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 내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차이 총통은 지방선거 직후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내각 개편을 통해 민심 회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신임 행정원장 임명에 이어 곧 나머지 내각 개편을 마무리하고 오는 31일 신구 내각의 인수인계식을 가질 예정이다. 행정원 부원장에는 정원찬(鄭文燦) 전 타오위안(桃園) 시장, 내무부장에는 린유창(林右昌) 전 지룽(基隆) 시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관비링(管碧玲) 민진당 입법의원(국회의원)을 장관급인 해양위원회 주임에 임명하고, 차이밍옌(蔡明彦)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을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 국장에 임명하는 추가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라고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은 전했다.

총통 비서실장 격인 총통부 비서장은 린자룽(林佳龍) 전 교통부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대중 관계 등을 고려해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추궈정(邱國正) 국방부장, 구리슝(顧立雄)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 등 외교·안보라인과 왕메이화(王美花) 경제부장 등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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