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0일 러시아 국빈 방문…‘평화 중재’ 계획에 재 뿌린 ICC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시, 3기 구성 완성 후 첫 해외행

반미 연대 강화 행보에 주목

시진핑, 20일 러시아 국빈 방문…‘평화 중재’ 계획에 재 뿌린 ICC

‘풍선 갈등’ 등으로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한·미·일 결속이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 주석은 20~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2019년 6월 이후 거의 4년 만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이다. 국가주석 3연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방러의 최우선 목적은 ‘반미’를 고리로 러시아와의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세계가 새로운 변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중요 대국으로서 중·러관계가 갖는 의미와 영향은 양자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사이 ‘한계 없는 우정’을 선언했지만,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러시아와 다소 거리를 두는 듯했다. 시 주석 입장에선 ‘풍선 갈등’ 등으로 더 악화한 미·중관계와 한·미·일이 결속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손을 잡아 반미 전선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 해결 방안을 제안한 상태에서 직접적인 무기 지원에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민·군 겸용 물자를 지원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무기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시 주석의 방러 목적 중 하나가 국제사회에서 분쟁 해결사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방러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앞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정상화를 이끌며 국제사회에서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이 반미를 고리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중재 외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이익이 될 뿐인 (중·러) 회담에서 중국이 할 것으로 보이는 휴전 요구를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재를 뿌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휴전을 제안해 ‘평화의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과시할 계획이었으나 ICC의 발표로 ‘전범 혐의자’와 마주 앉는 모양새가 됐다. AP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하려던 중국의 야심이 비판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