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어디로

IMF 빚 체납 ‘국가 부도’ 직면… 부채 탕감 등 ‘출구’ 불투명

남지원 기자

(3) 3차 구제금융 재차 요청

▲ 15억유로 만기일 넘겨… 국채·유럽은행 등 빚도 줄줄이
치프라스 “세금인상·연금개혁 수용”에 메르켈 “거부”

그리스가 결국 선진국 중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갚지 못한 나라가 됐다. 1일 자정(현지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 IMF는 그리스가 전날이 만기였던 채무 15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이날 종료됐다. 지난달 27일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금이 바닥났던 그리스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3차 구제금융을 재차 요청하며 채권단의 요구사항인 세금 인상과 연금개혁안 등을 상당부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5일 그리스 국민투표 이전에는 새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b>“내 돈 먼저요!”</b> 연금수급자들을 위해 그리스 전역 은행 1000개 지점이 영업을 재개한 1일(현지시간) 아테네의 한 은행 앞에서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선 수급자들이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는 전날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하는 채무 15억유로를 끝내 갚지 못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2차 구제금융도 이날로 종료됐다.  아테네 | AP연합뉴스

“내 돈 먼저요!” 연금수급자들을 위해 그리스 전역 은행 1000개 지점이 영업을 재개한 1일(현지시간) 아테네의 한 은행 앞에서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선 수급자들이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는 전날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하는 채무 15억유로를 끝내 갚지 못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2차 구제금융도 이날로 종료됐다. 아테네 | AP연합뉴스

IMF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당장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IMF는 그리스의 채무 미상환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대신 ‘체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그리스에 유일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당분간은 돈줄을 끊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민투표 전까지 그리스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5년의 구제금융 기간에 국내총생산(GDP)이 25%나 줄었고, 50%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에 시달리는 그리스의 위기가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IMF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시장이 이 상황을 ‘사실상 디폴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추가 자금 조달도 불가능하다. 은행 폐쇄와 자본통제 조치가 장기화되면 그리스 국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서도 신용등급을 또다시 강등했다.

그리스엔 아직도 막대한 빚이 남아 있다. 특히 오는 20일 돌아오는 ECB 채무 35억유로의 만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그리스는 디폴트에 빠지고 ECB로부터의 유동성 지원도 더는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IMF에도 치명타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가 돈을 갚지 못한 적은 IMF의 71년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스는 IMF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이번에 그리스가 연체한 15억유로는 지금까지 IMF가 상환받지 못한 돈 중 가장 많은 액수이며 2030년까지 갚아야 할 빚 230억유로는 IMF가 지금까지 각국에서 받지 못한 돈의 4배에 달한다. 중국 등 신흥 금융강국의 등장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IMF의 권위가 그리스 사태로 땅에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글러스 레디커 전 IMF 이사회 미국대표는 “이번 일로 IMF가 세계 거시경제 조언자 역할에서 물러나지는 않겠지만, 이 사건은 누구도 반기지 않을 충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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