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브렉시트 비준…영국·EU ‘갈라서기 협상’ 남았다

정원식 기자

찬성 621표로 통과…영국, 예정대로 오늘 오후 11시 EU 탈퇴

연말까지 무역·안보·외교 등 광범위 영역 관계 재설정 ‘숙제’

상품·서비스 시장 ‘최대 이슈’…시간적 제한에 ‘노딜’ 우려도

<b>떠나는 아쉬움</b> 영국의 유럽의회 의원인 로리 팔머(오른쪽)와 주드 커톤달링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안 비준 투표가 끝난 후 아쉬운 표정으로 서 있다. 브뤼셀 | AFP연합뉴스

떠나는 아쉬움 영국의 유럽의회 의원인 로리 팔머(오른쪽)와 주드 커톤달링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안 비준 투표가 끝난 후 아쉬운 표정으로 서 있다. 브뤼셀 | AFP연합뉴스

유럽의회가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정을 비준했다. 브렉시트에 필요한 마지막 절차가 끝남에 따라 영국은 예정대로 31일 오후 11시에 EU를 탈퇴한다.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7개월 만이다. EU를 떠난 영국과 영국을 잃은 EU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향후 11개월 동안 진행될 미래관계 협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로 브렉시트 협정을 통과시켰다. 앞서 EU와 영국은 지난해 10월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 23일 비준을 마쳤다. 이날 유럽의회 비준이 끝남에 따라 31일 브렉시트 발효를 위한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1957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한 영국은 이로써 EU를 탈퇴하는 첫 회원국으로 기록됐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석별의 정을 담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을 불렀다.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훔쳤다. 반면 영국 브렉시트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은 ‘만세’를 불러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우리는 항상 그대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대들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는 19세기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의 말을 인용해 아쉬움을 표했다.

영국과 EU는 12월31일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이행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당장은 브렉시트가 발효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다. 이행기간 중 영국은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는다. 영국은 EU의 규제를 따르면서 EU 예산 분담금도 그대로 내야 한다.

<b>손잡고 나누는 ‘석별의 정’ </b>유럽의회 의원들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안 비준 투표를 끝낸 후 손을 잡고 ‘올드 랭 사인’을 부르고 있다.    브뤼셀 | AP연합뉴스

손잡고 나누는 ‘석별의 정’ 유럽의회 의원들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안 비준 투표를 끝낸 후 손을 잡고 ‘올드 랭 사인’을 부르고 있다. 브뤼셀 | AP연합뉴스

문제는 앞으로다. 영국과 EU는 남은 11개월 동안 미래관계 협상을 통해 무역, 안보, 이민, 외교정책, 교통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최대 이슈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 등에서의 규제와 기준이다. 영국은 EU의 규제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서 브렉시트 이전처럼 ‘무관세, 무쿼터’를 사수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EU는 영국이 EU의 규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무관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개별적 이해관계가 다른 EU 회원국들 간 분열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래관계 협상에서 영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시간적 제한도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EU 집행부는 연말까지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영국이 오는 6월까지 EU에 협상기간 연장을 요청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환기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연말에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협상이 어떻게 타결되든 영국과 EU의 결별은 양측 모두에 손실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제2위의 경제강국이자 핵보유국인 영국의 탈퇴는 국제 무대에서 EU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영리 싱크탱크 ‘유럽의 친구들’의 선임연구원 폴 테일러는 뉴욕타임스에 “무역, 기후문제, 안보 측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도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EU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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