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놓을 수 없는 푸틴, 앞마당 민주주의가 두렵다?

이윤정 기자·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러 침공 우려에…회담 앞둔 바이든 “달러 결제 차단” 엄포

영국 FT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저지 포석” 분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민족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월 직접 쓴 1만5000자 분량의 에세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에 대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000여년 전부터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대에 17만5000명의 병력을 동원하자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에세이에 쓴 것처럼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우크라이나 강제 병합 욕망을 현실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초강력 제재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데도,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CNN 등 미국 매체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결제망 차단을 포함한 고강도 러시아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차단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SWIFT 접근 차단은 정상적인 국제 금융 거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현재 이란·북한 등이 이 제재를 받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SWIFT에서 차단하는 결의안을 일찌감치 승인해 뒀다.

아울러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담판을 앞두고 유럽 동맹국들과의 일치된 입장을 과시한 것이다. AFP통신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 경제를 심대하게 해치겠다”는 공동 전략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이 군사대응 연장선에서 미래에 우크라이나를 나토 동맹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의 각종 경고에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집착하는 속내에 옛 소련에 대한 향수와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이 종식된 뒤 소련은 15개 나라로 분리되며 해체됐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까지 나토 가입을 희망하면서 ‘러시아 영향력’은 옅어지고 ‘민주주의’ 색채는 짙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고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해 민주주의가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권역이 ‘서구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며 러시아의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민주주의가 러시아 바로 앞마당까지 번져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현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무력행사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토는 가입 후보 국가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경우 나토 전체가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가입 허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수록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포진한 병력을 철수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거부권을 약속받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엄연한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강대국들이 대신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의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야망을 불태워도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방 민주주의의 확산뿐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강화도 그 배경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러시아 권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냉전 이후 소련에서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현재 러시아보다 중국과 훨씬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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