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거센 저항·서방 단합…오판한 푸틴, 더 잔혹해질 수도

박용하 기자

러시아군이 초반 전투에서 어려움 겪는 이유는?

“우크라 국민의 항전 의지 과소평가, 병력 보충에 소홀”
자국 반전 여론도 부담…핵 카드엔 ‘엄포용’ 분석 우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초반 전투에서 일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도 키예프 근처까지 빠르게 진격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막히며 병력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서방국가들의 단합된 제재와 러시아 국내의 반전 여론도 러시아 정부의 고심거리가 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핵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우크라 거센 저항·서방 단합…오판한 푸틴, 더 잔혹해질 수도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 군사 전문가들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가 보인 취약점들을 집중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침공을 일으킨 러시아의 공세 수위가 일부 도시에서 예상보다 크지 않고, 공군력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의 몇 가지 오판이 전투 초반의 약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친러시아 성향을 과대 평가해 주요 도시를 함락하면 침공을 묵인할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빠른 승리를 예상하면서 충분한 병력 보충 계획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료와 탄약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능력을 평가절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리더십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전시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폴리티코는 “젤렌스키는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달리 목숨이 위험한데도 (탈출용)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에는 초강대국에 맞서 싸울 것을 맹세하는 믿을 만한 지도자가 있다”고 평가했다.

<b>국경 넘어 루마니아로 피란</b>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루마니아 북부 도시 시렛에서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 가족이 커다란 트렁크를 안고 이동하고 있다. 시렛 | AP연합뉴스

국경 넘어 루마니아로 피란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루마니아 북부 도시 시렛에서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 가족이 커다란 트렁크를 안고 이동하고 있다. 시렛 | AP연합뉴스

서방국가들도 예상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의 폐쇄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퇴출 제재는 서방국가 스스로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매슈 서섹스 호주국립대 교수는 “푸틴은 서방국가들의 대응이 파편화되고, 말로만 그칠 것으로 여겼을 것”이라며 “이 모든 게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푸틴 정권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저항도 예상보다 격렬한 상황이다. 비판적인 언론이 억압된 러시아에선 그간 정부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으며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는 푸틴의 정치적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선 연일 반전 시위가 일어나 2000명 이상이 구금됐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지난 26일 페이스북과 일부 매체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통째로 차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대중들의 분노를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아직 초반인 만큼 러시아군이 향후 거센 공세로 분위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투입되지 않은 병력이 상당수이고, 전황이 교착되면 도시에 대한 직접적인 포격을 포함해 더 가혹한 전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우려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시사해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위협 차원의 발언이란 해석이 많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핵 전문가 매슈 그뢰니히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미국이 개입하면 상황이 최악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러시아의 교과서적인 전술”이라며 엄포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케이틀린 탈마지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군사적 패배와 외교적·정치적 상황 악화가 거듭되면 푸틴이 핵무기에 의존할 실제적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27일(현지시간) 비핵국 지위를 포기하는 개헌안이 통과된 점이 주목된다.러시아의 핵무기가 벨라루스에 배치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놨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CBS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쟁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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