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효과 보나…러, 원유 생산 감축

김혜리 기자

공급처 못 구해 공장 멈추고

하루에 170만배럴씩 줄여

예년보다 감소량 70% 늘어

일각 ‘일시적 현상’ 진단도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 에너지 업계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러시아 내에선 공급처를 찾지 못한 정유업계가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심 산업인 에너지 업계가 흔들리면서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국제사회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기존 교역 파트너들도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공급처를 찾지 못한 러시아 에너지 업계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러시아 정유업계는 지난주 들어 하루에 생산량을 170만배럴씩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봄철에 생산라인 점검을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만 이번엔 예년보다 감소량이 70%나 늘어났다. 에너지 수출길이 막히면서 디젤과 가솔린 등 최종생산물을 보관할 저장소가 고갈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러시아 제2의 석유업체 루코일의 바기트 알레크페로프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정부 내 에너지 문제를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노바크 부총리에게 저장소에 기름이 넘쳐난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현지매체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그는 정유시설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기름을 화력발전소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 서부 타타르스탄공화국에 위치한 TAIF-NK 정유사는 저장소 고갈로 이미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다음달부터 하루에 약 300만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일일 원유 생산량이 1100만배럴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량의 25%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이 수입하지 않는 러시아산 원유를 노릴 것이라 내다봤으나 IEA는 아직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 예산의 45%가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이었을 정도로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서방의 에너지 제재로 러시아 에너지 업계가 계속 흔들릴 것이라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터키나 인도 등 다른 나라에 원유 수출량을 늘리면서 서방의 수요 감소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기술과 부품 금수 조치가 러시아에 큰 도전을 안겨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원유 채굴과 정유 시설 등에 사용되는 간단한 부품은 러시아 내에서 생산하거나 중국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촉매제나 센서 등 복잡한 부품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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