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또 잠근 러시아…유럽 에너지 위기, 정치 불안으로 번지나

김혜리·박효재 기자

G7의 원유값 상한제 합의에
러 “가스 공급 무기한 중단”
스웨덴은 총선 핵심 의제로
체코선 대규모 시위 벌어져
“난민 반대” 주장까지 나와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또 틀어막았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자 보란 듯이 보복에 나선 것이다. 겨울은 다가오는데 에너지 수급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럽은 비상에 걸렸다. 스웨덴은 파산 위기에 내몰린 에너지업체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고, 체코에서는 에너지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등 에너지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번질 기미까지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3일(현지시간) 전력생산업체들에 수천억 크로나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력업체들이 계약한 선물 증거금도 덩달아 불어나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올해 들어 스웨덴의 전기요금은 11배가량 폭등했다. 치솟는 전기요금은 오는 11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여름 휴회에 들어간 스웨덴 의회는 5일 정부의 제안에 대해 투표를 시행하기 위해 소집할 예정이다. 안데르손 총리는 “현 상황을 내버려 두면 전력업체들의 위기가 주식시장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에도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웃 국가인 핀란드의 안니카 사리코 재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스웨덴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면서 “비슷한 준비가 핀란드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에서는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에너지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체코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 약 7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시위 참가 단체들은 극좌부터 주요 반이민 포퓰리즘 정당인 자유민주당까지 다양했다.

일부 시위대는 정부에 국내 문제를 우선 챙기고 유럽연합(EU)도 탈퇴하라고 외쳤다. 시위 주최 측은 러시아 등 주요 가스 공급처와 직접 계약을 맺어 가스를 싸게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거 자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영구 정착도 반대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극단적인 정치적 요구들이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에너지 위기가 유럽 정치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 중앙은행은 조만간 물가상승률이 20% 안팎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 정부는 물가상승세를 완화하기 위한 연금 인상, 공무원 임금 인상, 에너지 보조금 등에 총 1770억코루나(약 9조79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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