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지메(집단 따돌림) 방지’ 광고를 소년·소녀만화잡지에도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정부는 29일 발매된 소년만화잡지 ‘주간소년매거진’(고단샤·講談社)의 1페이지를 할애, 이지메의 심각성을 어필하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아이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만화잡지에 광고를 내라”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소년·소녀 만화잡지에 ‘이지메 광고’를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신문·TV 매체를 통해서 이지메 대책을 호소해왔던 일본 정부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을 자인한 셈이다.
‘STOP! 이지메’라는 굵고 큰 글씨가 시선을 끄는 이 광고는 “이지메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만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이지메를 감추지 말고 학교·가정·지역이 연대해 대처하자”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및 지자체의 이지메 상담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있다.
광고는 또 이지메로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누군가에 말하는 용기를 가져라. 고통을 알아줄 사람이 반드시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이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의 소년만화잡지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광고는 성인들에게도 “아이들의 위험신호를 놓치지 말고 빨리 파악하라. ‘이지메는 절대 안되다’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철저히 교육시키고, 괴롭히는 아이에 대한 지도는 물론 이지메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철저히 지켜나가자”고 촉구했다.
이 광고는 오는 12월5일 발매되는 또 다른 소녀만화잡지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9일 이지메를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지메를 보고도 못본 척하는 학생이나 이지메를 방치·조장한 교사도 가해자로 규정해 처분하는 내용의 ‘긴급 제언’을 발표하며 ‘이지메와의 전쟁’을 전면 선포했다.
지난 7일 ‘이지메 자살’을 예고한 한 학생의 편지가 문부과학상 앞으로 배달된 이래 남녀 중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등 일본 사회는 지금 ‘이지메 광풍’에 휘말려있다.
〈미디어칸 고영득기자 ydko@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