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유착·국세 낭비 논란…아베 국장, 일본을 둘로 가르다

김서영·박은하 기자
<b>안에선 ‘추모’</b>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27일 국내외 인사 4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소재 부도칸에서 엄수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했지만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도쿄 | AFP연합뉴스

안에선 ‘추모’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27일 국내외 인사 4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소재 부도칸에서 엄수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참석했지만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도쿄 | AFP연합뉴스

총격 사망 81일 만에 치러져
시민사회 찬성·반대로 분열
비용 160억원…야당 보이콧
G7 불참에 조문 외교도 실패
기시다 지지 29% ‘역대 최저’

지난 7월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27일 진행됐다. 고인이 사망한 지 81일 만에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유착 논란 속에 치러진 국장을 두고 일본 사회는 찬반으로 갈라졌다.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이날 오후 2시쯤 일본 도쿄 소재 부도칸에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입장했다. 그는 자택에서부터 아베 전 총리의 유골함을 옮겨왔으며, 자위대원들이 이를 국화가 채워진 단상에 올렸다. 외국 정부 대표를 포함한 국내외 인사 4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장이 시작됐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그의 생애를 담은 영상이 재생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추모사에서 “가슴이 끊어질 듯 슬프다”면서 “아베 총리 당신은 더 오래 살았어야 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헌정 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총리지만 역사는 그 기간보다도 업적에 따라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도칸 밖에는 아베 전 총리의 유골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이 한때 1.4㎞에 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조문을 위해 홋카이도에서 온 다카모리 고지(46)는 “그는 일본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런 식으로 죽어서 충격적이다. 국장을 반대하는 이들을 반대하기 위해 이곳에 참석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b>밖에선 “반대”</b>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열린 27일 도쿄에서 국장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조의 강요는 위헌”이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 | AFP연합뉴스

밖에선 “반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열린 27일 도쿄에서 국장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조의 강요는 위헌”이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 | AFP연합뉴스

반면 국장에 반대하는 시민 1000여명은 이날 ‘국장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시내를 행진했다. 이들은 국장이 열리는 일본 부도칸 근처에서 “세금을 멋대로 쓰지 말라”고 외쳤다. 국장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현장은 소란스러웠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작가 오치아이 게이코(77)는 “(장례식에) 우리의 세금을 사용하는 이상 사실상 조의가 강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직장인 여성(26)은 “아침에 회사에 컨디션이 나쁘다고 거짓말을 하고 여기에 왔다. 미력해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나왔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처럼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은 일본 사회를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약 60%가 국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사후 불거진 통일교와 자민당의 유착 논란, 거액의 장례비 등이 반대 여론을 키웠다.

아베 전 총리에 총격을 가한 야마가미 데쓰야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빠져 가정이 파탄났다며, 통일교와 정치인들이 밀접히 연관된 것에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일본 정치권에는 ‘통일교 게이트’가 번졌다. “자민당 의원 거의 절반이 통일교와의 관계를 인정해, 통일교가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촉발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번 국장에는 16억엔(약 16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집계됐다. 야당에선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거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장례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국장을 밀어붙인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2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국장을 조문 외교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주요 7개국(G7) 정상은 아무도 국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완강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등이 정상급 참석자로 자리를 지켰다.

문제는 국장 이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라토리 히로시 호세이대 교수는 “국장을 치러 리더십을 보여주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지지율이 30% 이하가 되면 내각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점 또한 기시다 내각에 악재다. 교도통신은 “통일교와의 관계를 끝내고,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기시다 총리의 인기는 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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