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악 가뭄…“물 달라” 시위 격화

김윤나영 기자

1명 사망…곳곳선 정전 항의

“하메네이에 죽음을” 구호도

이란 남서부 지역에서 17일(현지시간) 물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50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물을 달라”면서 거리로 나섰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의 한 마을에서 물 부족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나는 목이 마르다” “물은 나의 권리다”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하며 시위대를 진압했고, 현장을 지나가던 30세 행인이 총에 맞고 사망했다.

이란은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의 올해 평균 강우량은 전년보다 52% 줄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올해 가뭄이 “전례가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여름 폭염과 계절성 모래폭풍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서 이란까지 밀려왔다.

특히 후제스탄에는 큰 댐이 있는데도 물이 부족해 시위대의 불만이 폭발했다. 시위대는 정부가 수자원 관리를 제대로 못했을 뿐 아니라, 이 지역 물을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 물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후제스탄은 시아파 무슬림이 주류인 이란에서 소외된 수니파가 많이 사는 곳이다.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진원지였다.

이란은 이달 초부터 잦은 정전에도 시달리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와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4일 테헤란 주변과 북부 여러 도시, 남부 파르스 지방에서는 정전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일부 도시에서도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가 나왔다.

이란뿐 아니라 중동 지역 대부분이 가뭄과 정전,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라크에서도 이달 초부터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 1일 남부 바스라 지역의 최고기온이 52도까지 오르면서 여름철 전기 수요가 급등했다. 이란의 전기 부족 사태는 전기 공급량의 3분의 1을 이란에 의존하는 이라크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전으로 선풍기조차 틀 수 없는 이라크 시민들은 에어컨이 있는 차에서 먹고 자며 하루에 여러 번 샤워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바스라에 살던 알리 카라는 AFP통신에 “체온을 내리기 위해 아이를 몇 분간 냉장고에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전 사태에 항의하며 발전소 점거 농성을 벌인 한 시위대는 “더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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