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서 홀로 살아남은 아동들···신원확인·가족 찾기 난항

김서영 기자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9일째인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의 안타키아의 지진 피해지역에서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채 앉아 있다. 안타키아(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9일째인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의 안타키아의 지진 피해지역에서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채 앉아 있다. 안타키아(튀르키예)|문재원 기자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에서 부모를 모두 잃고 홀로 구조된 아동들이 신원 확인 및 가족 상봉 등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와 시리아 정부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부모와 친지가 모두 사망한 채 홀로 생존한 아동은 1915명 이상이다. 이중 78명은 구조된 지 3주가 지나도록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지진 피해 지역인 아다나의 시립병원을 예로 들면, 지진 발생 첫 주에 영유아 수백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중 약 250명은 너무 어려서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지진 발생 초기 극도의 혼란 속에서 구조 작업이 벌어진 탓도 있다. 구조된 아동들은 구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되고 헬기로 수백km 떨어진 곳으로 가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구조 작업에 상당수 참여하면서 제대로 기록이 남지 않기도 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한 구조 자원봉사자는 “당시 당황스런 분위기가 맴돌았다. 적절한 지시가 없었다. 우리는 가족이 사망한 신원미상의 아기들을 많이 구해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DNA와 사진, 지문, 신체적인 특징 등을 활용해 이러한 아동들에게 친지를 찾아주고 있다. 통상 10일 이상 소요되는 DNA 확인 작업을 3일로 단축하고 친지를 수소문하는 방식을 동원 중이다. 구조된 아동들은 튀르키예 법무부가 관장하는 지진 데이터베이스에 생체 데이터가 추가됐다.

이러한 작업 덕에 아동 1600명 이상이 친지를 찾았다. 죽은 줄로 알았던 아이가 살아 있다는 통보를 받고 달려온 부모와 아이가 상봉하는 경우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주 튀르키예 남부 시바스에 있는 한 병원에선 4층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된 생후 2개월 남아가 엄마를 만났다.

튀르키예 보건부는 아동 92명을 국가가 보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튀르키예 당국은 부모와 친지가 모두 사망한 아이들의 입양 수순을 밟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간에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아동들이 벌써 새 가족에게 인계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에 대해 데리야 야니크 가족부장관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시리아에서는 난민 위기와 더불어 아동 인신매매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아동과 가족들의 상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10여년에 걸친 내전으로 이미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아동의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친지와 연락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15년 네팔 대지진 직후 아동 인신매매가 증가한 것처럼 이번에도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달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에 발생한 규모 7.8과 7.5 강진으로 인해 현재까지 사망자가 5만1000명 이상 발생했다. 건물 약 20만채가 타격을 입었으며 이재민 200만명 이상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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