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자행” 남아공 소장엔 어떤 내용 담겼나

선명수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신이 집단 매장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신이 집단 매장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저지른 혐의로 이스라엘을 제소하며 84쪽 분량의 소장을 제출했다.

남아공 정부는 소장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대규모 민간인 피해는 물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이스라엘에 분명하고 구체적인 ‘제노사이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성서 속 ‘아말렉’에 비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28일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아말렉’이 우리에게 한 짓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아말렉은 구약성서에서 신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멸시키라고 명령한 민족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이 발언을 두고 종교적 근본주의를 동원해 ‘인종 청소’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말렉’과 관련한 성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제 가서 아말렉을 공격하고 그에 속한 모든 것을 벌하라.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남자와 여자, 아기와 젖먹이, 소와 양, 낙타와 나귀를 모두 죽여라.”

네타냐후 총리는 이 연설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에 보내는 서한 등에서도 ‘아말렉’을 몇 차례 언급했고,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 “아말렉의 씨를 쓸어버리자”라고 외치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찍혔다고 남아공 정부는 지적했다.

이밖에도 남아공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인간 짐승”(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으로 묘사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야만” “어둠의 세력”, 이스라엘을 “문명” “빛의 세력”(네타냐후 총리)에 빗댄 이스라엘 고위 각료들의 발언을 거론하며 정부가 집단 학살을 부추기거나 용인해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아공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수개월간 봉쇄해 물과 식량, 의약품, 전기와 연료를 차단해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 11주 이상 폭격을 가해 전체 인구의 85%에 이르는 190만명을 강제 이주시킨 점, 그들을 점점 더 비좁은 지역에 몰아넣어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 점, 민간인 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770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2만1000명 이상의 주민을 살해한 점 등을 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아공 정부는 소장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분명하게 규탄한다”면서도 “그러나 자국 영토에 대한 무력 공격이 아무리 심각하고 잔혹한 범죄를 수반한 공격이라 할지라도 이는 1948년 체결된 ‘제노사이드 협약’ 위반을 정당화하는 어떤 명분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집단 학살했고, 지금도 집단 학살 행위에 가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위험이 있다”며 “남아공은 제노사이드 협약 가입국으로서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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