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6월 백신증명서 도입”…백악관, 스마트폰 앱 개발 중
백신 효용성 논란 여전하고 접종 불가능한 사람 차별 우려
유럽과 미국이 “올여름에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 전에 ‘백신 여권’을 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름휴가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그 전까지 코로나19 백신 여권 개발을 마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효용성 논란과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 우려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유럽연합(EU)의 내부시장 집행위원이자 백신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티에리 브르통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방송 RTL 등에 출연해 “오는 6월 백신증명서가 도입되면 유럽 내 여행이 예전처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U는 7월 중순까지 4억2000만회 분량의 백신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브르통은 “앞으로 2~3개월 안에 예방접종을 원하는 모든 유럽인이 공평하게 백신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이번 여름은 지난여름과 비교해볼 수 있는 관광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여권은 디지털과 종이 형태로 만들어지며, 출신 지역과 접종한 백신의 종류, 항체 형성 여부 등이 기록된 QR코드가 담기게 된다.
미국도 백악관 주도로 백신 여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백악관의 코로나19 조정관인 제프 자이언츠 주도로 보건당국과 정보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여름에는 미국인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백악관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 여권은 스마트폰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항공권처럼 코드를 스캔할 수 있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 종이로 출력할 수도 있다. 이미 자체적으로 백신 여권을 도입한 주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9일 “뉴욕주가 IBM과 협업해 개발한 ‘엑셀시오르 패스’라는 이름의 앱을 디지털 백신 여권으로 공식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앱으로 백신 접종 사실을 인증한 뉴욕시민은 스포츠 경기나 결혼식 등에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기업들도 백신 여권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이르면 4월 안에 실물 여권이 나올 예정이다.
다만, 백신 여권이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민감하게 얽혀 있는 여러 문제가 있다. EU는 백신 여권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임산부나 청소년 등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은 백신 여권을 소유한 사람들에 비해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등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긴 백신 여권이 위조와 해킹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백신만으로 증명서를 발급해도 되는지, 한 번 맞은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 동안 지속되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정부에서 논의 중인 개발안만 17가지에 이르는 등 실제 상용화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