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안 되지만 디지털화폐는 된다?

이효상 기자
비트코인 안 되지만 디지털화폐는 된다?

화폐 위치 넘보는 가상통화
“중앙은행 능력에 잠재 위협”

각국, 통화 독점권 지키며
통제 가능한 CBDC 개발 중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들은 가상통화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가는 통화정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가상통화의 부상을 억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가상통화와 겨룰 디지털화폐(CBDC)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가상통화의 법정통화에 대한 도전이 심화하면서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들이 화폐 제도의 통제권을 두고 (가상통화와) 싸우고 있다”며 “국가 기관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규제와 경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10개국 중앙은행과 규제당국으로 구성된 바젤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을 불안정하게 해 은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가상통화를 ‘최고 위험자산’으로 분류했다. 바젤위원회는 은행이 가상통화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펀드 등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1250%에 달하는 안전자산을 보유할 것을 제안했다. 엘살바도르가 법정통화로 승인하면서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바젤위원회 발표로 이틀 만에 다시 하락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는 경제 운용에 대한 중앙은행의 정책능력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분권화된 데다 공급량이 고정된 비트코인 등의 가상통화가 통화시장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중국 이코노미스트 치 로는 지난달 리포트에서 “비트코인과 가상통화의 고정된 공급은 중앙은행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잠재적인 경제적 종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개별 국가들도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유럽연합이 가상통화에 대한 감독 체제를 구축했고,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도 보다 면밀한 감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3년부터 은행의 비트코인 거래를 막았던 중국은 지난달 이를 재차 강조했다. 인도는 가상통화를 소유 또는 거래, 채굴한 사람을 처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마리옹 라부르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정부들이 통화 독점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가상통화와 법정통화의 경쟁이 심화되면 진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가상통화를 대체할 디지털화폐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에 활용되는 기반 기술에 있어서는 가상통화와 유사하지만 중앙에서 관리된다는 점에서 가상통화와 분명히 구분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90%가 디지털화폐를 시범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 인구의 20%는 향후 3년 내에 디지털화폐를 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을 강하게 옥죄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스웨덴과 바하마 등이 이미 디지털화폐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디지털화폐를 서두르는 이유는 각국이 서로 다르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견제의 성격도 띠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지난 1월 가상통화는 근본적으로 위험하며 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면 중앙은행들이 이를 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트코인 등 분권화된 가상통화의 등장에는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 가치의 하락과 선진국 정부기관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가상통화조차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중앙집중형 디지털화폐에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의 랜달 크로즈너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디지털화폐 혁명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분권과 시장 세력의 승리 또는 모든 거래에 대한 중앙집권화와 정부 감시의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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