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종섭 특파원
② 성장에 가려진 그늘

② 성장에 가려진 그늘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2.3%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 GDP 규모에서 일본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이후에도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어왔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14조7000억달러 규모로 미국(20조9000억달러)의 70% 수준이지만, 10년내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경제 성장 추이는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이 가장 크게 부각하고 있는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 이면에는 빈부 격차와 둔화되는 경제성장률, 인구 감소 위기 같은 여러 도전과 위험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강화된 국가적 통제와 장기집권으로 안갯속에 휩싸인 후계 구도 등이 체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빈부격차와 좌절한 청년들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월 ‘인류 빈곤감소의 중국 실천’이라는 백서를 내고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농촌 빈곤 인구 7억7000만명이 가난에서 벗어났다며 빈곤 탈출 성과를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중국은 또 백서에서 빈곤지역 농촌 주민의 1인당 평균 가처분소득이 2013년 6079위안에서 2020년 1만2588위안으로 연평균 11.6%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목표가 달성됐다고 선전한 셈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는 게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농촌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은 1만7131원으로 도시 지역(4만3384위안)과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전체 가처분소득을 5분위 배율로 보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소득은 7869위안으로 5분위(상위 20%) 소득 8만294위안의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빈부 격차는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오래동안 쌓여온 문제다. 중국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지니계수는 0.467이었다. 지니계수는 빈부 격차와 계층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한 상태를 나타내는 데 통상 0.4를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지니계수는 지난 20여년간 0.46∼0.49를 오갔으며 이 마저도 저평가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중국 젊은이들은 빠른 경제 성장에도 치솟는 집값과 커져가는 불평등, 오르기만 하는 물가 등으로 미래에 대한 절망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탕핑’이란 단어는 이런 청년들의 절망감을 반영한다. 탕핑은 바닥에 평평하게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부가 대물림되고, 아무리 일해도 계층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없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소극적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인구 위기와 경제성장률 둔화

인구 문제와 경제성장률 둔화도 고민거리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발표한 제7차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중국의 인구증가율 둔화와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의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0.53%로 앞선 10년(0.57%)에 비해 더 낮아졌다. 또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는 15∼59세 인구 비중이 63.35%로 6.79%포인트 낮아진 반면, 6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13.5%로 5.44%포인트 높아졌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해 왔으며, 미·중 갈등 속에서 내수활성화를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에게는 큰 위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 40년간 성장을 견인한 대규모 노동인구의 혜택을 누릴 날이 이제 겨우 10년 정도 남았다”면서 이대로 가면 연금 적자가 커져 고령화 위기에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최근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산아제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둔화되고 있는 것도 맞물려 있는 문제다. 중국 GDP 성장률은 2007년 14.2%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10.6%, 2015년 6.9%, 2019년에는 6.1%로 낮아졌다. 여기에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구조까지 급속히 변한다면 노동력 감소와 비용 증가, 소비 구조 변화 등으로 경제성장 동력은 더 크게 약화될 수 있다.

■‘1인 권력’ 체제 불안정 역효과

장기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체제 안정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신장과 홍콩 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맞서며 소수민족 통합과 홍콩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강화한 것도 체제 불안 요소를 없애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내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더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중국이 내부의 비판을 철저히 통제했던 것은 단적인 예다. 문제는 이런 통제 방식이 언제까지 작동할 수 있느냐다.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시 주석은 당의 통치권을 재확립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지지의 원천으로 삼고 언론을 통해 이념을 홍보하며 압도적으로 정보를 통제해 왔다”며 “중국의 시스템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억압만으로 중국인을 영원히 침묵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장기집권으로 오히려 체제 불안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권위주의 세력이 됐지만 당내 갈등과 같은 장애물이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며 “특히 아직도 시 주석의 후계 구도가 확립되지 않아 지도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 분석가인 니스 그룬버그도 SCMP에 “시 주석은 임기 제한과 후계 규범을 없앰으로써 자신의 비전과 중국을 위한 국가계획을 수립할 시간을 더 벌었지만 동시에 지도체제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며 “이는 그가 사라지는 순간 결국 지도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100년, 시진핑의 비전과 현실] ①고난의 대장정으로 시작한 중국, 이제 세계 최강국 꿈꾼다

당원 53명에서 9200만명으로…100년 역사의 세계 최대 정당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