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피 이견 못좁힌 G7…유럽과의 깨진 관계 ‘상처에 소금’ 뿌린 바이든

이윤정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유럽과의 관계에 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사태 대응을 논의한 G7 정상 회의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G7 회원국 정상들이 8월31일로 정해진 미국의 아프간 철군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사태로 미국과 서방 선진국 간 균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G7 정상들은 화상 회의를 통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자국민 등의 대피 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회의 전부터 더 많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도록 시한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시한 연장을 요구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시작 7분 만에 요청을 거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동맹국과의 국제적 허니문이 끝나는 순간”이었다면서 “서구 동맹국들이 ‘미국이 돌아왔다’는 의미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회의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우리는 8월31일까지 (대피 작전을) 끝내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더 빨리 끝낼수록 좋다. 매일의 작전은 우리 군에게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나는 국방부와 국무부에 필요해질 경우 시간표를 조정할 비상계획을 요청했다”면서 31일까지 임무 완수가 어려워질 경우 시간표를 조정해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G7 의장국인 영국의 존슨 총리는 “G7은 오늘 단순히 공동 대피 방법뿐만 아니라 탈레반을 어떤 방식으로 상대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합의했다”면서 첫번째 조건은 탈레반이 안전한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번째 조건은 8월 31일 이후에도 안전한 통로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G7이 상당한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지렛대”를 가진 만큼 탈레반이 이 제안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G7 정상들은 회의 뒤 배포한 공동성명에서 “탈레반이 테러를 방지하고 여성, 소녀, 소수민족의 인권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향후 아프간 정부의 정당성은 국제적인 의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재 취하는 접근 방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탈레반 정부의 정통성 인정, 국제 사회의 경제적 지원 등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수십년 간 온건한 탈레반이 존재한다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서방 외교관들이 이런 지렛대에 탈레반이 반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FT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충분히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면서 “바이든의 미국이 ‘어떤 미국’인지 세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간전에 자국 군대를 파견해 힘을 보탰다. 아프간전은 나토가 유럽이 아닌 미국에 대한 공격에 대항해 상호방위 조항을 발동한 유일한 사건이다. AP 통신은 이날 회의에 대해 “첨예하게 분열된 G7 지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을 놓고 충돌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다는 뚜렷한 실망감, ‘결정은 미국이 한다’는 체념 섞인 인정이 있었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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