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도 미국에도 ‘뇌관’…아프간의 숨은 위험 세력 ‘IS-K’

박은하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 지부, 4000여명 테러 활동 가능성

알카에다·탈레반과 기원·조직 차이…“각축장 될라” 우려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또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과 영국·호주 정부는 25일(현지시간) 테러 위험이 크다며 카불 공항 인근에서 피하라고 자국민들에게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IS가 카불 공항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매우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공항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이 몰리는 공항 출입구가 자살폭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튜브 채널 ‘솔로비요프 라이브’에 출연해 “현재 아프간에서 IS 테러리스트 4000여명이 탈레반의 눈을 피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쥐르노프 대사는 “IS의 수가 적어 (탈레반과) 정면충돌 할 경우 결과가 명백하기 때문에 그들은 숨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현재 미국과 탈레반 모두에게 가장 큰 즉각적 위협은 IS-호라산(IS-K)”이라면서 “IS-K의 존재는 탈레반의 요구와 맞물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군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IS-K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점령한 IS의 지부를 자처하는 단체로 2014년부터 아프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6년 전 파키스탄에서 결성된 이 단체는 올해 초부터 아프간에서 테러 수십건을 시도했다.

유엔은 중앙아시아, 파키스탄, 중국 서부의 신장 지역 등에서 최근 몇 달간 8000명에서 1만명의 전투원들이 국경을 넘어 아프간으로 진입했으며 대부분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와 관계가 있지만 나머지는 IS-K와 동맹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의 한 보안 관계자는 “아프간은 극단주의, 테러리즘 세력의 (한탕을 노리는) 라스베이거스가 됐다”고 NYT에 말했다.

IS와 알카에다, 탈레반은 기원과 조직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결성된 탈레반의 관심사는 아프간에 안정적인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일이다. 탈레반은 아프간 지역 내에서의 정권 장악과 통치에 신경 쓰는 반면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는 국경을 넘나드는 지하드(성전)를 추구한다. 이들은 이슬람의 적대 세력을 상대로 지하드를 벌여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두 단체 모두 여러 지파로 분열됐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20여년 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가장 극단적인 IS는 탈레반과도 적대하고 있다. IS는 ‘아랍의 봄’으로 격랑에 빠진 중동에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2013년 창설됐다. 시리아 내전으로 권력의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시리아 일부 지역과 이라크 제2도시 모술 등을 점령했다. 이들은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상에 나섰다는 이유로 배교자로 칭하며 대립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으로 움직인다는 것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와 다른 점이다.

모하메드 나임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은 지난 23일 “아프간에 알카에다 은신처는 없으며 탈레반 정권은 테러리스트 세력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IS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칼리프 국가를 세우려 할 수 있다. 아프간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각축장으로 분열되는 것은 현재로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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