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나무 종류 30%, 멸종 위기"···최소 142종은 이미 사라졌다

박하얀 기자
7월9일 서아프리카 로콜리 숲의 모습. 이 숲에는 241종 이상의 식물과 160여종의 동물이 있다. 베냉 | AFP연합뉴스

7월9일 서아프리카 로콜리 숲의 모습. 이 숲에는 241종 이상의 식물과 160여종의 동물이 있다. 베냉 | AFP연합뉴스

전 세계 나무 종의 약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42종(0.2%)은 이미 멸종됐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은 1일(현지시간) ‘세계 나무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 나무(5만8497종)의 29.9%에 해당하는 1만751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를 모두 합친 수의 두 배에 달한다. 440종 이상의 나무는 야생에 50그루도 남아있지 않아 조만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BGCI는 100개가 넘는 국가의 600개 이상의 식물 기관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식물 보호 네트워크로, 5년 동안 지구상에 있는 6만여종의 나무를 조사했다.

전 세계적으로 4099종(7.1%)이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체 나무 종의 41.5%(2만4255종)만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1만2490종(21.4%)은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평가되지 않아 사실상 조사 범위 밖에 있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수종의 20%는 식량, 연료, 목재, 의약품 등 인간이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나무가 인간의 남용과 잘못된 관리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나무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농업과 방목으로 인한 삼림 벌채, 과잉 개발이다. 전체 수종의 29%가 농업, 즉 작물 생산 때문에 위험에 처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에서는 팜유 농장을 확장하면서 열대 저지대 우림에 자생하는 나무인 딥테로카르푸스과가 위협받고 있다. 나무가 하나 둘 사라지면서 보르네오 오랑우탄과 같은 종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전체 종의 27%는 목재용으로 벌목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흑단나무와 자단나무를 벌목해 섬의 서식지가 광범위하게 손실됐으며, 카리브해 전역과 브라질의 마호가니 나무와 자단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밖에 목축 활동(14%), 주택 및 상업 개발 등 도시화(13%), 화재(13%), 에너지 생산과 광물 채취(9%) 등으로 인해 나무들이 위험에 처했다.

전체 나무 종의 29.9%가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0.2%는 멸종됐다. 7.1%의 나무 종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BGCI ‘세계 나무 현황 보고서’ 캡처

전체 나무 종의 29.9%가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0.2%는 멸종됐다. 7.1%의 나무 종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BGCI ‘세계 나무 현황 보고서’ 캡처

기후 변화도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4%의 나무 종이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180종의 나무가 해수면 상승과 악천후로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열대 섬의 나무들은 폭풍과 홍수가 증가해 멸종될 위험이 있으며, 한대 지역은 온난화로 온대 초목이 침범하면서 나무 종의 20% 이상이 위기에 처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잦은 화재도 나무의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앞선 조사에서 기후 변화와 극한 날씨로 위협받은 나무 종이 1080건이라고 밝혔다.

멸종 위기 종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열대 아프리카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생물 다양성이 높은 브라질 등 6개국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은 수종(8847종)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20%(1788종)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콜롬비아는 전체 5868종 가운데 목련 나무 등 834종(14%)이 위협받고 있으며, 인도네시아(23%), 말레이시아(24%), 베네수엘라(13%), 중국(19%)에서도 동백나무 등 야생 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유럽은 자생 나무의 58%가 위협받고 있다. 아시아, 북미의 온대 지역 등은 나무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멸종 위기 비율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있는 나무 종은 205종으로, 15종(7%)이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식물학자들은 나무가 ‘자연 생태계의 중추’라며 멸종 속도가 빨라지면 생태계 전반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무는 전 세계 탄소의 50%를 머금고 산소를 내뿜는다. 의약품 및 식품 재료로 쓰일 뿐 아니라 허리케인, 쓰나미 등 극한 기후현상의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또 수백만 종의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곤충 및 미생물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한다.

BGCI는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 종의 보호 지역을 늘리고, 위협받는 수종을 식물원이나 종자 은행에 보존할 것을 정책 입안자 등에게 권고했다. 또 정부·기업 자금 지원 및 나무 심기 계획 확대, 글로벌 협력 증대 등을 요구했다. 보고서의 주 저자이자 BGCI의 보전 우선순위 책임자인 말린 리버스는 “나무는 젠가 타워와 같다. 잘못 빼내면 생태계가 무너진다”며 “벼랑 끝에서 나무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남아 있다.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