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발 에너지 위기에 겨울이 두려운 세계

김윤나영 기자
영국 하트퍼드셔주 헤멜헴스테드의 한 주유소에 29일(현지시간) 연료 고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헤멜헴스테드|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하트퍼드셔주 헤멜헴스테드의 한 주유소에 29일(현지시간) 연료 고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헤멜헴스테드|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면서 올겨울 전 세계가 난방비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북반구에 한파가 닥친다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전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나흘 연속 오르면서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전기료는 ㎿h(메가와트시)당 각각 123.12유로, 127.5유로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도 전날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에서는 이날 민영 전기회사 3곳이 파산해 지역 주민 170만명에 대한 전력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석유를 운반할 트럭 노동자들이 부족해지면서 주유 대란까지 겪고 있다.

중국에서도 최근 며칠간 전국 31개성 중 20개 성에서 전력 공급이 제한돼 수백만 가구에 정전이 일어났다. 북동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서는 지난 27일 신호등이 꺼져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아파트 주민이 탄 엘리베이터가 멈춰섰다. 제조업 중심지인 장쑤(江蘇)성과 저장(浙江)성, 광둥(廣東)성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멈췄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에 그쳐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위축 국면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전력난이 늘어난 이유는 시장이 전력 생산의 주요 연료인 천연가스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전기 수요가 극히 줄어들자 유럽 국가들은 올해 천연가스 비축량을 평년보다 25% 줄였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배포된 올해부터 경기가 일부 살아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이달 초보다 1.8배, 올해 초보다는 5배 가까이 올랐다.

중국은 천연가스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올렸는데도 수요 부족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화력발전용 석탄 가격이 올해 초보다 1.5배 올랐다. 세계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 중국은 전체 에너지의 58%를 석탄에 의존한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각국의 탄소 중립 정책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상품연구책임자 제프 커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화석 연료에 대한 과소 투자가 이번 에너지 위기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이미 앰브로스 영국 셰필드할람대 에너지 정책 교수는 더컨버세이션 인터뷰에서 “전체 가정 난방의 77%에 달하는 영국의 높은 천연가스 의존도와 15%에 불과한 재생 에너지 생산량, 부족한 천연가스 저장량 등이 이번 위기를 불렀다”면서 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다.

문제는 당장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올겨울 전에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셰일 시추업체들은 높은 가격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가스 생산량을 늘리기를 꺼린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한파가 불어닥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겨울 날씨가 춥다면 유럽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위기는 다른 산업의 연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료가 오르면 비료 생산량이 줄어 농부들의 비용이 늘어나고 잠재적으로 세계 식량 인플레이션이 가중된다. 중국의 세라믹, 유리,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브라질의 9월 소비자 물가는 전기료 인상과 가뭄 등의 여파로 전년보다 10% 올라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전력도 이미 지난 23일 8년 만에 전기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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