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편들 수도, 유럽에 등 돌릴 수도 없는…중국의 고민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우크라는 ‘일대일로’ 참여국

러 지지 땐 서방과 관계 부담

자국 소수민족·대만도 영향

제재 직면 러 간접 지원할 듯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그동안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밀착을 강화해 온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드러내놓고 러시아를 지지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중립적 태도를 취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국으로서는 최선이다. 이럴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에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기로 한 것을 두고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와 서방 중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모습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모든 국가의 합리적 안보 우려도 존중받아야 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합리적 안보 우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금지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며, 유엔 헌장 언급은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중국의 고민은 이날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묻어났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을 침해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원칙적 입장만 반복했다.

중국의 이런 입장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복잡한 득실 계산이 깔려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주요 참여국이고, 러시아 지지가 미국·유럽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질서를 주도하기 위해 유럽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에서 중·러 대 미·유럽의 대결 구도가 노골화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 분리 독립 승인을 지지하는 것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나 대만 독립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결국 사태를 관망하면서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를 간접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도전하지 않겠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전략적 파트너가 당면한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의 대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협상력을 높여 유럽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 천연가스를 싸게 사들이는 등 경제적 이익도 바라 볼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일부 전략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정부가 혼란스러워지고 적어도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할 에너지와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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