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무기력한 리더십과 외교전문가 사이 바이든의 위기와 기회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유럽의 전쟁 위기 막고 유가 상승·난민 파장 줄이기 ‘과제’

푸틴에 휘둘리면 국제 사회 리더십 위기…11월 선거 ‘암울’

동맹 규합해 효과적 대처 땐 아프간 철군서 잃은 신뢰 회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급망 관련 화상회의에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급망 관련 화상회의에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우크라이나 파병을 결정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이 전쟁으로 휩쓸려 들어가지 않도록 방어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 대규모 난민 발생 등 정치·경제적 파장을 억제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의 도발에 무기력하게 휘둘린다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11월 중간선거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

반대로 동맹을 규합해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훼손된 ‘외교전문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위기와 기회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막지는 못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3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동맹국들과 관련 정보를 폭넓게 공유하고,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알리며,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고 동유럽에 미군을 추가로 배치한 것을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함으로써 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기회를 열어뒀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처럼 무기력한 대응을 보인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내부에서는 러시아의 파병을 침공으로 간주하면서도 지금까지 경고해온 ‘가혹한 제재’ 카드를 꺼내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대응이 “약하다”며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푸틴 대통령의 도발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위기이지만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잃어버린 신뢰와 리더십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의회도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군 지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원 등을 위한 각종 법안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등 아직까지는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행에 옮긴 이후의 대처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나토 동맹국 보호 및 지원, 유럽이 겪을 대량 난민 사태, 전 세계적인 고유가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한 신냉전 구도에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핵심 변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의 공조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국내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피하고 국지전으로 시간을 끌 경우 동맹 간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서 제재가 느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고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경우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적 공조와 자국 내 여론 단합을 두고 푸틴 대통령과 겨루는 수싸움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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