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가족·측근 돈줄 묶고 첨단기술의 러시아 수출도 차단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미·유럽 제재 강도 높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전쟁 반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를 비롯해 전국 51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으며, 허가받지 않은 시위라는 이유로 약 1400명이 무더기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전쟁 반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를 비롯해 전국 51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열렸으며, 허가받지 않은 시위라는 이유로 약 1400명이 무더기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타스연합뉴스

러 외무장관 유럽 자산 동결
러 국책은행 등 금융 제재 강화
반도체·통신 등 화웨이식 제재
에너지·국제결제 배제는 빠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고강도 제재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핵심 금융기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개인과 그의 측근 및 가족이 주요 타깃이 됐으며 서방 첨단 기술이 사용된 물품의 러시아 유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대를 보내는 대신 강력한 금융·경제 제재로 러시아에 타격을 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앞서 발표한 러시아 국책은행 대외경제은행(VEB)과 러시아~독일을 잇는 가스관 운영사 ‘노르트스트림2 AG’에 대한 제재 등이 ‘1차 제재’였다면 이날 발표한 제재는 그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부과하겠다고 경고해온 ‘신속하고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

푸틴 가족·측근 돈줄 묶고 첨단기술의 러시아 수출도 차단

미국은 이날 러시아 양대 민간은행인 스베르방크, VTB와 4대 금융기관을 비롯해 이들의 자회사 78곳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금지시켰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금융 부문의 3분의 1, VTB는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도 제재에 동참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달러, 유로, 파운드, 엔으로 사업을 하는 능력과 세계 경제의 일부가 되는 것을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인 세르게이 이바노프와 세계 최대 상장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 등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도록 도운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과 서방이 이날 새롭게 선보인 제재는 수출 통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할 때 사용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도 동원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 장비가 사용됐다면 러시아에 수출하기 전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통신, 항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유럽은 물론 아시아로부터의 첨단 물품 조달도 원천 봉쇄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가 받을 경제적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U 대사들은 25일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유럽에 보유한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EU와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러시아 금융기관과 푸틴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제재와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각각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러시아 은행 시장의 70%를 겨냥한 금융 제재를 결정했다”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항공, 교통 산업 분야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역대 가장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의 엄포에 비하면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초강력 제재가 빠졌고, 러시아 주력 수출 분야인 에너지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제재는 러시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제재로 과거 이란의 경우처럼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가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가혹한 제재’의 수위가 생각보다 낮아진 것은 높은 에너지 가격에 허덕이고 있는 세계 경제가 입을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할 경우 서구권 금융기관도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데다, 달러의 대안으로 중국 위안화 경제권이 부상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실제 논의 과정에서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은 SWIFT 퇴출에 반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관건이다. 러시아는 이미 증시 및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경제적 피해를 겪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더욱 광범위한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푸틴 대통령의 계산과 행동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구축한 러시아 제재 공조가 얼마나 공고하게 유지되느냐도 변수다. 중국이 러시아를 물밑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국가들의 제재 공조가 느슨해진다면 푸틴 대통령으로선 버틸 여지가 많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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