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향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의 ‘영웅’들을 불러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족과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고국행 티켓을 끊은 것이다. 살면서 총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이도, 해외로 유학을 떠난 평범한 학생도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고자 조국으로 다시 모여들고 있다.
독일에서 타투이스트로 일해왔던 니키타 아잘킨(32)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사격장 외 장소에서 단 한 번도 총을 쏴본 적이 없다. 아잘킨은 “정말 싸우지 않고 살고 싶지만 거울 속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라도 돌아가야 한다”면서 “조국에 가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지옥 속에서 살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체코에서 우크라이나로 떠나던 한 부부도 러시아에 대한 항전 의지를 다짐하고 나섰다. 남편과 함께 우크라이나행 버스를 기다리던 율리아 펠리우크-코르니추크(34)는 “꼭 싸우고 싶다. 돌아가자마자 남편과 동반 입대를 할 예정이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는 지난 1월 일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체코로 왔지만 평화로운 고국의 미래를 위해 다시 고국행을 택한 것이라 설명했다.
“러시아군과 맞서 싸울 이들은 우크라이나로 오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에 응한 이들도 있다. 영국 바실돈에서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올렉산드르 빌리(39)는 지난 25일 부인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TV로 침공 첫날 생중계를 지켜보다가 참을 수 없었다던 그는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란 걸 깨달았다”면서 우크라이나로 향하기 시작했다. 21살인 아들이 우크라이나군으로 징집돼 병력 배치 대기중이란 점도 그의 조바심을 부추겼다. 그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시간 안에 도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들까지 참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통령실 웹사이트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외국인 지원자들을 위한 국제 군단을 설립하고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외국의 친구들도 우크라이나에 와서 함께 싸워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영국과 덴마크는 자국민이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달 27일 BBC방송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유와 유럽 전체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 참전할 것인지는 국민들이 결정할 몫이며 국민들의 선택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참전하러 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법상 외국인들도 우크라이나군에 자원입대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제 군단’을 창설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오는 외국인들의 비자 면제 제도 시행령에 서명하면서 외국인들의 참전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제 군단에 가입하려는 외국인 용병들은 1일부터 비자 없이도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WSJ는 지난달 2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거주하는 일부 벨라루스인들이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기지 역할을 한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조만간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