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 갈래 대러 추가 대응 검토…석유 금수, 폴란드 전투기 우크라 제공, 전범 수사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에서 주말을 보내고 워싱턴 백악관에 복귀해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내린 다음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저에서 주말을 보내고 워싱턴 백악관에 복귀해 전용헬기 마린원에서 내린 다음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이 추가 대응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은 최후의 경제 제재 카드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적극 검토 중이다.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폴란드를 통해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군에 대해서는 민간인 살상과 관련해 전쟁 범죄 혐의로 단죄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석유 수입 금지 등은 러시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과 서방이 맞을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유럽 방문 중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시장에 적절한 석유 공급을 보장하면서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유럽의 파트너 및 동맹국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까지 미국 정부가 취해온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백악관은 지난 3일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재에 관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도 “에너지의 글로벌 공급을 줄이는 것은 우리의 전략적 이익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제한에 일정한 거리를 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달러를 제공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미국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줄 석유 수입 금지 카드까지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로선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재로 공급을 줄이면서도 유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모순된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카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CNN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비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명백히 동의하지 않는 한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폴란드가 보유한 전투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도 급부상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는 요청을 미국과 서방이 거부하자 동유럽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구소련제 전투기들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이 훈련을 받았고 조종할 수 있는 기종의 전투기를 제공해 줌으로써 러시아 공군에 맞설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가 러시아산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 미국이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경우 (폴란드의 전투기) 공백을 어떻게 보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미국은 폴란드 정부가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대해 아무런 반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했을 경우 자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일단 선을 그었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내지 않을 뿐더러 우크라이나의 자국 공항 이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인접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공군에 비행장을 제공하는 행위는 전투에 관여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을 전쟁 범죄로 단죄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수천명이 러시아군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포위하고 중화기를 동원해 인프라를 초토화하는 작전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격을 가하는 등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했다는 증거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이미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해당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힌 상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에 관한 신빙성 있는 보고서들을 보고 있다”면서 관련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을 전쟁 범죄로 단죄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러시아군의 민간인 공격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간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해외 전쟁에서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쟁 범죄 혐의로 ICC 법정에 세우는 것을 극력 반대해 온 사실이 대비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아프간전 당시 미군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인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가 바이든 정부 들어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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