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여파로 미국 노조 설립 바람...20대 '노조 세대'가 주도

정원식 기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아마존 노조 활동가 크리스 스몰스(왼쪽)가 뉴욕 스탠튼아일랜드 아마존 창고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아마존 노조 활동가 크리스 스몰스(왼쪽)가 뉴욕 스탠튼아일랜드 아마존 창고 밖에서 열린 집회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을 소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과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진 젊은 노동자들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출된 노조 대표자 자격 인정 청원은 전년 동기보다 5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제소도 14% 늘어났다.

지난해 12월9일 뉴욕주 버펄로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첫 노조설립 투표가 가결된 후 미국 내 250여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노조 설립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54곳에서 공식적으로 노조가 설립됐다. 지난 3월에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구글 파이버 협력업체 BDS커넥티드솔루션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달 1일에는 뉴욕시 스탠튼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투표를 가결시켰다. 뉴욕, 애틀랜타, 볼티모어 등의 애플스토어 직원들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여론의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노조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1965년 71%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제니퍼 아브루조 NLRB 법률 자문위원은 “노조 조직과 청원 신청이 지난 10년 간을 합친 것보다 많아지는 등 전국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의회가 부여한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더 많은 직원과 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83년 20.1%였던 미국 노조조직률은 2020년 10.8%로 반토막 났는데, 이 같은 하락세가 반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조 설립이 활기를 띠는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미국인들의 전자상거래와 식료품 배달이 급증하면서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크 퍼스 NLRB 의장은 “취약한 노동자들은 두려움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NLRB 노동 컨설턴트 제이슨 그리어는 “모든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라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죽어가는데 회사는 점점 더 일을 많이 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과 일반 직원들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도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노동 친화적인 정권을 약속한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것도 노조 설립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 미국은 (월가가 아니라) 중산층과 중산층을 만든 노조에 의해 건설됐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에는 노조 가입률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백악관에서 노조 지도자들을 만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내 최대 노조단체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조직국장을 지낸 리처드 벤싱어는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라면서 이들을 ‘U(Union) 세대’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성인 중 노조를 인정하는 비율은 77%로 전체 평균보다 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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