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몸은 아시아에 있지만 눈은 미국 국내 정치에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일본을 방문해 영빈관인 아카사카이궁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일본을 방문해 영빈관인 아카사카이궁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이동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몸은 아시아에 있지만 마음은 국내 정치로 향해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물자의 공급망 강화 및 일자리 창출을 부각시키는 순방 일정들에서 이런 속내는 확인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 관련 이벤트를 소화하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함께 현대차의 미국 신규 투자를 발표하는 행사를 한 것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 오산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방문해 한·미 군인들을 격려한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대통령은 주말에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 산업을 강화시키고, 투자가 실행됐을 때 수천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게 하는 미국에 대한 주요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면서 “그가 삼성을 방문하고, 현대와 발표한 것들이 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방문 첫날과 마지막 날 삼성과 현대차 등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과 함께 하는 일정을 마련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20일 도착 직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윤 대통령과 함께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55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과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AI) 기술에도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전기차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국정운영 목표와도 직결된다. 바이든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규 자동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서 내년부터 연간 최대 3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전기차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5년 첫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공장에 고용될 인원은 8100명이다.

조지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던 조자아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한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초 실시된 상원의원 2명을 뽑는 선거에서도 민주당 라파엘 워녹과 존 오소프 후보에게 모두 승리를 안겼다. 조지아주를 위해 자신이 뛰고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을 환영하면서 워녹 상원의원과 오소프 상원의원이 많은 기여를 했다고 콕 집어서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이틀 전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 신설 계획을 환영하는 행사를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켐프 주지사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과 현대차의 미국 투자 계획을 환영하면서 반복적으로 노동조합과 협력하고 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고용할 것을 촉구한 대목도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노조 성향으로서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친노조를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노조원 채용을 강조한 이유로 텍사스와 조지아가 신규 채용 노동자는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조합비를 내도록 한 유니온숍을 금지한 소위 ‘일할권리법’을 채택한 28개 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하지만 삼성이나 현대차가 바이든 대통령의 청을 들어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 고용이 늘더라도 노조원들이 채용되지 않는다면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효과가 반감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면서도 눈은 국내 정치에 고정시켰다”면서 “그는 자신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노조원들의 일자리를 증진시키는 글로벌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음을 입증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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