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문제 있다'는 보우소나루 주장에 힘 싣는 브라질 군부...브라질판 '1·6' 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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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군부 주요 인사들이 자국 선거 제도에 대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억지 주장에 동조하면서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 후 대선 불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투표 용지 없이 전자투표로 진행하는 현행 브라질 선거 제도 때문에 2014년과 2018년 대선 결과가 왜곡됐다면서 만약 자신이 올해 대선에서 진다면 그것은 “표를 도둑 맞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달 초에는 “우리의 자유를 훔쳐가려는 새로운 도둑 계급이 출현했다”면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율은 27%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21%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질 확률이 높아지자 투표를 하기도 전부터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장은 그동안 말에 불과했으나 최근 군부가 대통령의 새 우군으로 등장하면서 지난해 1월6일 미국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이 브라질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울루 세르지우 노구에이라 국방장관은 지난 10일 선거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당국이 선거 안전에 대한 군의 지적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미르 가르니에 산토스 해군 사령관은 지난달 11일 기자들과 만나 현행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군은 법률과 헌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브라질 국방부의 공식 입장에도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은 군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친밀한 관계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근무하던 중 1988년 정치에 입문했다. 2018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그는 브라질의 군부독재(1964~1985)를 두고 “공산화를 막을 수 있었던 좋은 시절이었다”고 두둔하는 등 노골적인 미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보우소나루 정권에서 연방정부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수는 약 1100명으로 이전 정권의 세 배로 늘어났다. 뉴욕타임스는 한 전직 군인의 말을 인용해 “(1985년 군부독재 종식 후) 37년간의 브라질 현대 정치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만큼 군부와 밀접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전했다.

마우리시오 산토로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교수는 선거 패배 후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미국에서는 군와 경찰이 법률을 존중하고 헌법을 수호하지만 브라질에서도 그럴 것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방부 장관과 육해공 참모총장을 측근으로 교체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사태 이후 오히려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키운 것도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 불복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게툴리오 바르가스 재단의 올리버 스투엔켈 국제관계학 교수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2020년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0월 대선 패배 후 무장폭동이 비록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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