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우크라전 계기 밀착, 키이우 공격 이란제 드론이 증거”
서방 경제 제재 받는 양국…고립 심화 감수하며 “미사일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최근 이란제 드론을 대량으로 동원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권위주의 정권 통치라는 공통점을 가진 러시아와 이란의 밀월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날 이란제 드론을 사용해 수도 키이우를 공격한 것은 최근 이란이 러시아의 몇 안 되는 친밀한 동맹이 됐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 키이우 중심가에서 일어난 네 차례 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기반 시설과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되고 임신부 2명을 포함해 4명이 사망했다. 지난 10일 러시아가 크름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지 꼭 일주일 만이다.
과거 이란과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란 혁명 이듬해인 1980년 터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는 이라크가 소련에서 공급받은 미사일로 이란을 공습하면서 이란의 반소 감정이 극대화됐다. 러시아는 2000년대 후반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주도한 이란 제재에도 동참했다.
2015년 시리아 내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막기 위해 공군력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시리아의 오랜 동맹인 이란의 관계가 개선됐다.
이후 러시아와 이란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왔는데, 최근 이란이 무기가 고갈된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더욱 밀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직접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 지난 15일에는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추가 공급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급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수십년째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과 같은 처지가 된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란의 이슬람 정권은 ‘히잡 반대 시위’로, 러시아의 푸틴 정권은 무리한 징병과 전사자 급증으로 내부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워싱턴 소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자푸르는 러시아와 이란의 공조를 “궁지에 몰린 두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맺은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했다.
테헤란 소재 싱크탱크 이란·유라시아연구소의 마흐무드 슈리 부국장은 “이란은 자국이 (러시아라는) 군사적 초강대국을 동맹으로 갖고 있으며 초강대국에 무기를 판매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 한다”면서 “이는 이란을 고립시키려 했던 서방의 ‘최대의 압박’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이란은 더욱 고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던 이란 핵합의 복원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고, ‘히잡 반대 시위’ 과격 진압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인 유럽연합(EU)도 우크라이나에서 이란제 드론이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추가 제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란 핵합의 서명국인 러시아 입장에서도 시장에서 이란산 원유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이란 핵합의 복원을 반기지 않는다.
러시아도 이란과 대결해온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흐만 샤이 이스라엘 디아스포라(유대인 공동체) 장관은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와 관련해 “이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이스라엘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 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러시아와 이란의 밀월이 계속된다면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의 반발에도 러시아와 함께 산유국들의 석유 감산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