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체제인사 압박 위해 해외에 불법 공안기관… 네덜란드 ‘발끈’

박용하 기자
지난 16일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주변을 마스크를 쓴 보안 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주변을 마스크를 쓴 보안 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2018년부터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자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압박하기 위해 복수의 불법 공안(경찰)기관을 개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같은 행위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대응에 나섰다.

네덜란드 RTL뉴스 등은 26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 위치한 중국의 미등록 해외서비스 기관(Overseas service stations)들이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고 압박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관은 공식적으로는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시민권이나 운전면허증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볼 때 도움을 주는 ‘콜센터’처럼 홍보되고 있다.

RTL 등은 암스테르담의 서비스기관에는 전직 경찰관 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로테르담 센터는 전직 중국군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진핑 정권을 비판한 한 반체제 인사는 “네덜란드에 도착하자마자 로테르담에 있는 기관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이들은 내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 사진과 함께 “당신을 죽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는 등 다수의 위협에도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RTL은 이같은 불법 기관의 활동은 중국 내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도 지적했다. 일부 중국 웹사이트는 이들 기관의 목적 중 일부를 ‘해외 거주 국민의 범죄 활동 단속’이라 명시했다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기관을 설립하는 회의에 중국 대사관의 고위 관리가 참석했다는 중국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가자 네덜란드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들 기관이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네덜란드와 중국은 영사 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의 서명국으로, 기존 영사기관의 일부를 이루는 사무소를 다른 장소에 개설하려면 상대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상대국에서의 치안 활동이나 정보 수집도 허가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정부는 논란이 된 기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조사한 뒤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보도는 스페인 인권단체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지난달 중국의 해외 공안기관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나왔다. ‘국가를 뛰어넘어 난폭해지는 중국의 감시’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이 지난 수년간 독일과 영국, 스페인 등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21개 국가에 54개의 비밀 공안 조직을 개설했다고 분석했다.

이 조직은 표면적으로는 초국가적 범죄를 다루고 중국 운전면허 갱신과 같은 행정업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실제로는 중국 정권에 반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귀국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상대국과의 공식적인 경찰과 사법 협력을 피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행 치안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의 논란에 대해 중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해외 거주민들이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했다”며 “서비스 센터는 이같은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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