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요” 러군 항복 돕는 우크라 콜센터에 ‘석달간 3500통’ 문의 쏟아져

김혜리 기자
지난달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 열린 전쟁 포로 교환식에서 풀려난 러시아 군인들. UPI연합뉴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 열린 전쟁 포로 교환식에서 풀려난 러시아 군인들. 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랑 대치하게 되면 어떻게 항복해야 하나요?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나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투항을 유도하기 위해 개설한 ‘핫라인’에 최근 도움을 요청하는 러시아군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BBC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항복하기 위해 찾는 이곳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9월 개설한 콜센터 ‘살고 싶다(I want to live)’다. 문의 방법은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왓츠앱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살고 싶다’ 측은 미리 연락한 군인들은 마치 싸우다가 투항한 것처럼 대할 것이며, 이들을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인도적으로 대우할 것을 약속한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시아군과 그 가족들로부터 접수된 문의는 3500건이 넘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 군사 동원령을 선포했을 때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퇴각한 직후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살고 싶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스비틀라나(가명)는 이러한 문의를 매일 접수하는 통화 상담가 중 하나다. 그는 군인들이 부대에서 몰래 빠져나와 전화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가장 바쁘다고 BBC에 말했다. 스비틀라나는 항복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군인들에게 통상적으로 “위치를 알려달라”고 답변을 하고 있지만, 호기심에 그냥 전화한다거나 러시아 본토에서 추후 대비 목적으로 문의를 하는 이들도 있다며 “문의 내용은 매번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살고 싶다’를 개설한 데는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 말고도 러시아군의 사기를 저하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들이 만든 ‘살고 싶다’ 선전 영상에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라.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음성이 나온 후 폭발음과 함께 투항한 러시아군들의 모습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항복한 러시아 군인들을 전쟁포로 교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자국 군인들을 돌려받기 위해 러시아 측에 이들을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양측 모두 전쟁포로를 수천명씩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살고 싶다’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비탈리 마트비옌코는 “우리는 특히 싸울 수 없는 러시아 군인들이나 전장에 방패막이로 내던져진 이들을 목표로 한다”며 “자발적으로 항복할 경우 이들의 생명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는 본토에서 ‘살고 싶다’ 측에 연락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이나 러시아 심(SIM) 카드가 든 휴대폰으로 ‘살고 싶다’ 측에 전화를 걸면 오류 메시지가 뜬다고 BBC는 전했다. 또 러시아의 디지털 권리 보호단체인 ‘로스콤스보보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검찰총장실은 ‘살고 싶다’ 홈페이지 접속을 국내에서 전면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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