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파티했다고 잡혀간 축구선수들…‘히잡 시위’에도 계속되는 이란 율법주의

김혜리 기자

음주·미혼 이성끼리 어울림 금지

시대 역행 ‘이슬람 율법’ 앞세워

경찰, 새해 전야제 파티장 급습

이란 선수들이 지난해 11월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크게보기

이란 선수들이 지난해 11월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란 당국이 새해 전야에 여성들과 함께 파티하며 술을 마신 축구 선수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이 중 에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힌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당국의 시위 탄압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이란 관영매체를 인용해 이란 경찰이 전날 테헤란 인근에서 열린 새해 전야제 파티를 급습해 유명 축구 선수 등 참가자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율법에는 음주뿐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이성과 어울리는 행위도 금지돼 있는데, 해당 파티 참가자들이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지난밤 다마반드시에서 열린 혼성 파티에서 테헤란의 유명 축구 클럽 소속 선수들이 체포됐다”며 “이들 중 일부는 알코올 섭취로 인해 비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전했다. 체포된 이들이 몇 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체포된 선수 중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이들도 포함돼 있었다. 타스님 통신은 “체포된 이들 중엔 인터뷰를 통해 최근 벌어진 사건들이나 사람들과 연대하겠다는 이유로 경기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이들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란 정부가 수개월 동안 이어진 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직된 태도를 고수하면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지난달 반정부 시위 참가자 두 명을 공개 처형하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00명이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사형을 선고받거나 사형을 선고받을 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형이 공개 집행된 이후인 지난 31일에도 이란 시민들은 이스파한주 세미롬에 집결해 밤늦게까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이어나갔다.

일각에선 정부와 시민 간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시나 아조디 비상임 연구원은 “이란 정부가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시위를 멈추기 위해선) 정부가 시민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잔혹하게 탄압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시민들의 고충을 처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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